아베 신조 일본 행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내 일본)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면 한일관계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3일 이뤄진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한국 측의 '신중한 대응'을 재차 요구했다고 일본 측이 밝혔다.
한국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피고 측인 일본 기업들은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징용 피해자 측에선 작년 5월 일본제철 등 전범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간 자국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이 실제로 매각될 경우 대항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왔다. 한국 내 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측에 제공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모두 해결됐으며 한국 대법원의 관련 판결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일본 측의 주장이다.
일본의 이같은 경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29일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1주년을 하루 앞두고도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1년간 양국 정부가 외교 당국 간 의사 소통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확인해왔다"며 "일본 정부는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은 양국의 공통 인식"이라며 "이를 위해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한시라도 빨리 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앞으로도 한국 측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라고 강조했다.
모테기 외무상이 연이어 언급한 심각한 상황은 한국에 대한 추가 보복조치를 뜻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일본 정부는 징용피해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미 작년 7월부터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취해오고 있다.
반면 강 장관은 "한일 간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반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일본 측이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철회를 요구했다.
일본 측은 두 사람이 이날 통화에서 징용피해 배상판결 등 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해 외교당국 간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 간의 통화는 낮 12시부터 약 40분 간 이뤄졌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