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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 호텔' 우주정거장에서는 무슨 일이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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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우주비행사 두 명을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31일. 지구를 떠난 지 19시간 만이었다. 이들은 ISS에 머무는 동안 뭘 하며 지낼까. 무얼 먹고 어떻게 생활할까. 용변은 어떻게 해결할까. 내년부터 시작되는 민간인 우주 관광의 총 여행 경비와 숙박료는 얼마나 될까.

국제우주정거장은 약 400㎞ 상공에서 지구 궤도를 따라 초속 7.5km, 시속 약 2만8000㎞로 날아다닌다. 길이 108.5m, 폭 72.8m로 월드컵 축구 경기장과 비슷하다. 지구 밖에서 인간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자 우주 탐험을 위한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상시 체류 인원은 6명. 미국과 러시아가 2~3명씩, 다른 나라가 1명씩 돌아가며 인원을 배정한다. 기존 멤버들은 처음 도착하는 사람에게 미국이 설치한 벨을 울리면서 러시아 접대 관습에 따라 흰빵이나 크래커, 소금을 준다고 한다.

우주정거장의 중력은 지구의 약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거의 무중력이어서 우주비행사들은 "엄마 뱃속의 태아 상태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공기가 가득 채워져 있어 숨쉬기는 불편하지 않다. 옷은 우주복 대신 평상복을 입는다. 중력이 미세해서 몸이 둥둥 떠다니므로 무거운 신발을 신고, 손잡이를 잡고 걸어 다닌다. 책이나 면도기 등 물건은 ‘찍찍이’로 불리는 접착체에 붙여 고정시킨다.

음식은 이른바 ‘우주식량’으로 불리는 레토르트 식품(밀봉 가공식)을 먹는다. 통조림 종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치즈 등 냉동 건조식품도 많다. 고체 음식은 한 입에 넣기 좋은 크기로 만들어져 있다. 각국 우주인은 자기 식성에 맞는 음식을 준비해 간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는 특수 제작한 김치 통조림을 가져갔다. 우주에서는 음식이 다소 싱겁게 느껴지기 때문에 간을 조금 세게 해서 먹는다.

화장실은 어떻게 사용할까. 우주에서 665일 동안 체류했던 미국 여성 우주 비행사 페기 윗슨은 “다른 건 다 좋은데 화장실은 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소변은 개인용 깔대기에 호스를 연결해 빨아들이는 식으로 해결한다. 대변은 조금 더 큰 용기를 사용한다. 여기에도 호스가 연결돼 있다. 샤워는 수건에 세제를 묻혀 닦는 방식으로 한다. 머리를 감을 땐 물로 헹굴 필요가 없는 특수 샴푸를 사용한다.

잠을 잘 때는 침낭을 벨트로 고정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둥둥 떠다닌다. 우주정거장이 지구를 하루에 15.7바퀴 돌기 때문에 잠잘 때도 몇 번씩 해가 뜬다. 그래서 안대를 착용하고 잔다.
운동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무중력 상태에 오래 있으면 뼈와 근육이 줄어든다. 칼슘 손실을 방지하고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두 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이곳에서는 각종 실험도 할 수 있다. 중력이 미세한 환경이 의학, 물리학 등 전 분야의 실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소재와 신약 관련 연구가 많다. 스포츠 선수를 위한 인체공학 기술, 자동차 관련 탄소섬유 복합 소재, 와인 숙성과 맥주 양조 관련 실험도 진행 중이다.

일반인의 ‘우주 관광’은 내년부터 가능해진다. 이번에 ‘크루 드래건’을 쏘아 올린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내년 2분기에 관광객 3명을 비행사 1명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겠다”며 올해 초 티켓 판매에 나섰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 업체 블루 오리진과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창립한 버진 갤럭틱도 우주 관광객을 모집 중이다.

스페이스X의 우주여행 티켓 가격은 5500만달러(약 656억원)다. 벌써 한 장이 예약됐다. 우주정거장 숙박료는 1인당 하루 3만5000달러(약 4150만원)로 우주정거장의 공기와 물, 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1기가당 50달러(약 6만원)를 더 내야 한다.
우주 관광객은 전문 우주비행사처럼 여러 가지 시험을 통과하고 훈련을 받은 후에 10일(왕복 2일, ISS 체류 8일) 동안의 아주 특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지구 밖 호텔’인 우주정거장을 방문할 기회는 1년에 두 차례, 최대 12명에게만 주어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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