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사(사진)가 과거에 보유하고 있던 삼성동 땅 일대를 되찾기 위한 소송전에 나섰다. 대부분의 부지가 오래전 선의점유(권리가 없는 것을 모르고 하는 점유)된 만큼 행정적인 과실이 있는 정부로부터 일정금액을 보상받는데 그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했다.
*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봉은사는 한국전력, HDC현대산업개발 등 7개 업체에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점유했거나 현재 점유하고 있는 삼성역 일대 땅의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내용이다.
HDC현산에 대해서는 경우 대치동 995-8에 있는 아이파크 갤러리를 문제 삼았다. HDC현산이 해당 땅을 취득한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당건물을 3층 규모 분양·홍보관으로 쓰고 있다. 오버넷 등 5개 법인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부지들은 1950년대까지 봉은사가 보유하고 있던 곳으로 농지개혁사업 과정에서 정부가 사들였다. 이후 1968년 ‘농지개혁사업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해당 땅이 기존 주인에게 돌아가야 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고의로 땅을 빼돌렸다. 봉은사는 이에 대환 책임을 물어 정부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2018년 승소하기도 했다.
봉은사가 ‘억울하게’ 소유권을 침해당하긴 했지만 땅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법에서는 권리가 없는 것을 모르고 땅을 취득한 선의 점유자에 대해서는 10년이 지나면 소유권을 인정해준다. 봉은사 관계자는 “잘못한 주체는 정부이지만 정부의 손해배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절차로 현 점유자들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보유했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 등 영동대로 일대 33만여㎡는 사정이 좀 다르다. 봉은사는 강남개발이 시작되던 1970년 해당 부지를 3.3㎡당 5300원씩 총 5억3천만원에 정부에 매각했다. 한전은 이 가운데 일부(현 GBC부지)를 3.3㎡당 4억3879만원에 지난 2015년 현대차에 매각했다. 봉은사 관계자는 “봉은사 토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정부 주도하에 여러 권력기관이 개입한 정황이 있고, 염가에 취득한 다음 개발계획을 발표해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계약주체가 실제 소유자인 봉은사가 아닌 조계종 총무원이었던 점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