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은 지난 1일부터 패션상품 할인에 들어갔다. 한창 ‘제값’을 받아야 하는 올 봄·여름 신상품이 할인 대상이다. 정가 대비 가격을 20~30% 낮췄다. 정상가에서 2만원을 빼주는 행사도 한다. 엣지 VW베라왕 장미쉘바스키아 칼라거펠트 에셀리아 타하리 등 CJ오쇼핑의 ‘간판’ 브랜드들이다.
원래는 가을 신상품이 나오는 8월께 세일을 해야 하지만, 올해는 시기를 확 앞당겼다. 이 홈쇼핑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패션상품 판매가 4~5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예년보다 이른 할인행사로 시즌상품 수요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품 이례적 할인
유통·패션업계가 ‘신상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때 아닌 세일 행사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연달아 패션상품 세일 행사를 열었다. 20~24일에는 중소 협력사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크록스 엘레쎄 K2 아이더 네파 등의 브랜드 이월상품을 최대 80% 할인 판매했다. 29~31일에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할인 대상이었다. 그리디어스 자렛 스튜디오성 등을 20~50% 세일했다. 해외 브랜드 ‘시즌오프’ 행사도 앞당겨 했다. 지난달 15일 겐조 코치 베르사체 등을 시작으로 22일에는 오프화이트 랑방 알렉산더왕 발리를, 29일에는 비비안웨스트우드 등을 최대 50% 세일했다. 이달 들어선 톰브라운 로로피아나 토리버치 등도 각각 30% 세일에 들어갔다.
롯데아울렛은 오는 7일까지 올 상반기 최대 세일 행사를 한다. ‘메가 세일’이란 이름으로 기존 할인가에 10~30% 더 할인한다. 폴로 타미힐피거 등 2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온라인 쇼핑몰 행사도 많다. 무신사의 여성 전문몰 ‘우신사’는 15일까지 ‘타임 특가’를 한다. 키르시 스컬프터 등의 브랜드 여름 상품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한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 중인 G마켓과 옥션에선 250여 개 패션 브랜드 판매자가 참여하는 ‘연합 할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리복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는 자사 공식 온라인몰에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리복의 할인율이 특히 크다. 올 신상품을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행사 기간은 21일까지다. 할인 행사에 잘 나오지 않는 모자, 양말, 슬리퍼 등 소품도 많다. 아디다스는 7일까지 두 개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최대 40% 할인해준다.
재고 회전시켜 현금 확보 나서
유통·패션업계가 5~6월 이례적으로 큰 폭의 할인을 신상품에까지 적용하는 이유는 재고 소진 목적이 크다. 패션상품은 최소 6개월 전에 기획하고 상품 제작에 들어간다. 올 봄·여름 상품은 작년 9~10월께 이미 주문이 들어갔다. 지난 1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 상품들부터 판매가 부진했다. 코로나19를 예상하지 못해 과도하게 많은 상품을 생산했다. 백화점, 아울렛 등의 매출이 지난 3~4월 반토막 난 상황에서 이 상품들은 고스란히 재고가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유통사와 패션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마진’을 포기하기로 했다. 현금이 돌아야 가을·겨울 시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인 신상 할인 행사에 나선 이유다.
지난달 중순부터 풀린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노린 판매 전략이기도 하다. 대기업 계열 백화점과 아울렛, 온라인몰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소비 여력이 높아져 패션 상품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백화점 매출은 지난달 중순부터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한때 50% 가까웠던 매출 감소율이 5월 중순 이후 한 자릿수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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