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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년차 '꼼수 퇴직' 부추기는 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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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 처리해줄 테니 입사 1년 되기 전에 나가서 실업급여를 받으세요. 다음달에 퇴사하면 퇴직금, 연차수당은 받겠지만 지금 나가서 실업급여를 받는 게 훨씬 유리할 겁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점업체에 다니는 A씨(29)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통보를 카카오톡으로 받았다. 입사한 지 만 1년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회사가 A씨에게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용 유지가 어려운 상황인 데다 입사 1년이 지나면 퇴직금은 물론 2년차에 예정된 15일치의 연차수당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입사 1년 미만 직원들부터 내보내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입사 1년만 채우면 퇴직금은 물론 근무하지도 않은 2년차에 예정된 연차휴가(15일)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이 있다. 힘들게 재취업해서 버는 월급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주도록 한 고용보험법도 기업들로 하여금 신입 사원들부터 내보내도록 하고 있다.


국회는 2017년 11월 정확히 1년만 근무하고 퇴사한 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최대 26일치의 연차수당 청구권을 주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입사 2년간 총 휴가일수는 15일이었다. 저연차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법 개정이었으나 “1년 계약직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거의 한 달치 임금을 더 주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고용노동부와 국회는 올해 3월 부랴부랴 법을 다시 바꿨다. 하지만 재개정한 법도 딱 1년만 근무하고 퇴사한 직원에게 15일치의 연차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업주들은 1년 이상 고용할 직원도 10~11개월차 정도에 내보내는 사례가 늘었다. 더욱이 사업주로선 1년 미만 근무한 직원에게는 퇴직금 지급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2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에서 퇴사가 가장 많은 연차는 ‘1년 미만’으로 42.2%(복수응답)에 달했다. 연차별로 ‘1년 이상~3년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각 2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퇴직금과 연차수당 지급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입사 1년 미만 직원부터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화장품 방문판매업체에서 사무직으로 2년 남짓 근무하다 올 3월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B씨(33)는 “코로나19로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퇴사했는데 근무 기간이 짧은 직원들부터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고용보험법은 청년들의 구직 의지를 꺾고 있다. 최저임금(월 179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의 경우 회사 권고를 받아 12개월차에 사직하면 넉 달간 721만원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는 지난해 10월 지급액과 지급 기간이 늘어나 현재 하한액은 하루 6만120원(월 181만원), 최소 120일간 지급한다. 반면 회사를 한 달 더 다녀 입사 1년을 넘기면 강제퇴사가 아닌 이상 퇴직금과 15일치 수당을 합해 약 280만원만 받는다.

근로자로서도 사업주의 횡포에는 분노하지만 안정적이고 비전 있는 직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회사 제안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실업급여 최소 금액이 하루 8시간씩 한 달 내내 일해 받을 수 있는 월급보다 많다 보니 실직 후 곧바로 적극적인 재취업에 나서게 할 유인도 부족하다. 정부 관계자는 “1년 계약직 연차휴가 문제는 판례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면밀히 살피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정부로서도 고민이 큰 대목”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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