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앞두고 ‘침입자’로 코로나19 사태 돌파하려는 충무로
|정부는 다중시설 멈추고 멀티플렉스는 영화 보라고 손짓하고
|영화계 활기 회복만치나 전염병 반경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해
[김영재 기자 / 사진 김혜진 기자] “여기 용산 맞아?”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이하 CGV 용산)에서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행사는 오후 2시 시작돼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오후 4시 40분께 끝났다. CGV 용산은 CJ그룹 복합 한류 타운의 거점으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및 메가박스 동대문과 함께 영화계 행사의 메카로 손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CGV 용산은 평소와 상이한 모습이 애처로움을 불렀다. 20개 상영관이 자리한 건물 6층에는 오가는 관객이 평소보다 현저히 줄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충무로에 끼친 영향을 직접 깨닫게 했다. 이날 전국 전체 관객수는 3만 3498명. 지난해 같은 날짜 전체 관객수 27만 2499명과 비교해 약 1/9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에 치명상 입은 영화계…마중물 ‘침입자’로 회생 노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4월 전체 관객수는 약 97만 명을 기록했다. 2004년 이후 모든 달을 통틀어 최저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약 1237만 명이 감소했다. 일일 관객수는 4월7일 1만 5429명을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5월 전체 관객수는 국내외 신작 개봉에 힘입어 약 152만 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결과이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4월 전체 관객수와 비교해 약 55만 명이 늘었다.
‘침입자’는 2월 중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며 영화 ‘사냥의 시간’ ‘결백’ ‘콜’ 등과 함께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 작품이었다. 이후 5월21일 개봉을 확정했으나, 이태원발(發)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 개봉이 연기됐다. 최종 개봉일은 이번 달 4일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 활성화를 꾀하고자 4일부터 매주 1인 2매(1매당 6천 원)씩 3주에 걸쳐 할인권을 배포한다. 총제작비 65억 원이 소요된 ‘침입자’의 성적표는, 곧 개봉하는 영화 ‘결백’과 ‘살아있다’의 흥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길잡이가 될 전망이다.
언론시사회서 김무열은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관객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물리적 거리는 많이 벌어져 있지만, 우리가 만든 이야기를 통해 많은 분 사이에 서로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45일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며 “더는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역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경제, 사회 활동을 재개하는 절충안”이라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측은 지난달 13일 안전한 영화산업 환경조성 추진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역 소독을 철저히 한 영화관에 일명 ‘클린 존’ 표식을 부여해 관객의 신임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 다중이용시설 정지…확산 방지에 극도로 취약한 영화관
용산에서 언론시사회가 열리는 동안, 이날 오후 4시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긴급 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을 열었다. 이태원 클럽에 이어 부천 쿠팡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늘고 지역 사회 연쇄 감염이 잇따른 것과 관련한 보고였다.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는 유지하되 14일까지 약 2주간 수도권 방역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공공 다중이용시설의 한시적 운영 중단 등을 알렸다. 더불어 2주간은 가급적 외출과 모임, 행사 등을 자제하고 다중이용시설 이용도 자제하기를 부탁했다.
특히 영화관은 정부가 이용 자제를 부탁한 다중이용시설 중 하나다. 지난달 2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의 수도권 지역 공공시설 운영 중단 결정에 따라 9개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과 4개 국립 공연 기관 그리고 7개 국립 예술 단체를 정지시켰다.
물론 전병율(전 질병관리본부장)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산업 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주장대로, 영화관은 대화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일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대형 멀티플렉스 3사는 방역 소독, 입장 전 발열 확인, 좌석 간 안전거리 확보 등을 내세우며 코로나19로 망가진 생태계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기존보다 직원 숫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체온 확인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상영관 내 마스크 착용 및 음식물 섭취 자제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운데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멀티플렉스 3사 매점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코로나19는 증상이 가벼워도 전염력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혹 조용한 전파자가 영화관에 다녀간다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 수용 능력이 높고, 밀폐된 공간이며, 무엇보다 영사(映寫)를 목적으로 하는 어두운 공간이라 암묵적 감시에서 해방된 관객이 마스크 착용에 해이해질 가능성도 높다.
▶“난 영화관 안 가”…관객수 회복하면 전염병 전파 가능성도 늘어
영화관은 꼭 가야 하는 곳일까. 영화산업의 피해 극복과 시민의 문화 활동은 꼭 양립해야 하는 것일까. 왜 그 사이에 놓인 개인의 건강은 시민이 방역 주체로서 코로나19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에 묻히는 것일까.
소신 발언도 있다. 제73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선임되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당 영화제가 취소되고 만 스파이크 리 감독. 그는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난 영화관에 안 갈 것이다. 브로드웨이 쇼에도 안 갈 것이다. 양키 스타디움에도 안 갈 것이다. 돌아다니면 죽는다. 난 아직 갈 준비가 안 됐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미국과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은 천양지차다. 미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현재까지 약 185만 명에 달한다. 반면 대한민국은 총 1만 1541명이다. 그러나 배경 기조가 문제다. 위기의 영화관에 가는 일이 문화계에 십시일반 힘을 보태는 식으로 해석되는 지금은 관객과 영화인 모두에게 득이 아니다. 문화는 개개의 여유를 바탕으로 함께 지속하는 것이지 흡사 적선의 느낌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를 보라 부탁하고, 반대로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의 경우 당분간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출지 고민하는 찰나에 한 멀티플렉스는 매점 50% 할인 쿠폰을 광고 중이다. 국민 건강도 지켜야 하고, 나라 산업도 사수해야 하고, 기업 매출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누적 관객수는 약 2284만 명. 올해 5월 전체 관객수의 약 15배다. 영화 ‘기생충’의 기택네와 ‘알라딘’의 지니가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만약 영화관 영업이 제 궤도에 오른다면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은 단순 계산만으로도 수 배가 치솟는다. 그간 영화관이 코로나19를 비껴간 이유는 지금껏 관객이 영화관을 기피해서지 영화관이 잘해서가 아니다. ‘침입자’의 흥행을 바라지만, 그 흥행을 반길 수만은 없는 속내가 그 동전의 양면에 있다. 앞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떤 추이를 보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금일(2일) 자정(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총 38명이 늘었다. 신규 확진자수는 지난달 27일 물류센터 근무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추가되며 폭증하기 시작하다 29일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이번 달 1일부터 전날 27명 대비 8명이 추가되고 금일에도 전날 대비 3명이 늘어나며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이번 38명 확진자 중 수도권 확진자는 경기 15명, 서울 14명, 인천 8명이다. 영화관 주 이용층에 해당하는 50대 이하 치명률은 1% 미만이다. 하지만 고령 치명률은 70대 10.93%, 80세 이상 26.65%를 기록해 아직 노년층은 영화관은 물론, 다중이용시설 이용에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확정하며, 개인 방역 5대 기본 수칙으로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건강 거리 두기 ▲30초 손 씻기, 기침은 옷소매 ▲매일 2번 이상 환기, 주기적 소독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를 제시했다. 4대 보조 수칙은 ▲마스크 착용 ▲환경 소독 ▲65세 이상 어르신 및 고위험군 생활 수칙 ▲건강한 생활 습관이다.
(사진출처: bnt뉴스 DB,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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