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신인상 레이스가 불붙었다. ‘슈퍼 루키’ 유해란(19)이 침묵을 깨고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29일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6501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E1채리티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만 5개를 몰아쳤다. 중간합계 10언더파 단독 2위. 유해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회가 줄어 한 경기도 쉬어갈 수 없다”며 “매 대회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 시즌 31개였던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23개로 줄었다.
‘낭중지추’ 유해란, 90% 넘는 ‘송곳 샷’유해란은 이른바 ‘중고 신인’이다. 지난해 추천 선수로 출전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 신인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올해 신인왕 레이스는 유해란의 독주가 예상됐다. 우승자로서 시드전을 면제받는 등 슈퍼 루키 앞에는 꽃길만 있는 듯했다. 그러나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만만치 않은 상황이 펼쳐졌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두 달가량 늦춰지면서 3월에 맞춰놨던 컨디션은 엉망이 됐다. 그사이 김리안(21), 강지선(24) 등은 일찍 기지개를 켜며 치고 올라왔다. 유해란은 이들에게 밀려 신인상 포인트 173점으로 이 부문 4위로 뒤처져 있다. 이번 대회 우승자에게는 270점의 신인상 포인트가 주어지는 만큼 유해란에겐 판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
그는 2라운드 경기에 대해 “언더파를 목표로 했다”며 “아이언 컨트롤이 잘됐고 그린 적중률도 높았다. 살짝 빗나간 퍼트가 조금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유해란은 이날 그린을 단 한 차례 놓쳤다. 그린 적중률이 94.4%(17/18)에 달했다. 페어웨이에도 한 번을 제외하곤 모두 공을 올렸다. 안착률이 92.9%(13/14)나 됐다.
갈 길 바쁜 경쟁자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신인상 포인트 3위 조혜림(19)이 중간합계 5언더파를 적어내 유해란을 추격 중이다. 포인트 1위 김리안이 중간합계 4언더파로 중위권에 올랐다. 포인트 2위 강지선은 3오버파에 머물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몸 풀린’ 해외파, 3·4R서 역전 노려KLPGA투어 4승의 이소영(23)이 전날 ‘노보기’ 라운드에 이어 이날 5타를 줄여 12언더파 단독 선두에 자리했다. 송곳 같은 아이언 샷이 빛을 발했다. 이소영은 12번홀(파4)과 14번홀(파3)에서 아이언 샷을 모두 홀컵 2m에 붙이며 손쉽게 버디를 낚았다. 장은수(22)가 9언더파 단독 3위, 임희정(20)과 오지현(24)이 8언더파 공동 4위로 뒤를 잇고 있다.
몸 풀린 해외파들은 2라운드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하며 치열한 우승 경쟁을 예고했다. ‘핫식스’ 이정은(24)은 6언더파를 기록했다. 일본이 주무대인 이보미(32)는 1라운드에서 커트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이날 5언더파를 몰아치며 2언더파를 적어 냈다. 선두와는 격차가 있지만, 3라운드 성적에 따라 ‘톱10’ 진입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다. 김효주(25)도 4타를 줄여 이틀 합계 2언더파로 숨을 돌렸다. 배선우(26)는 이날 3타를 줄여 1언더파로 마무리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3인방’은 언니들을 따돌리고 모두 본선 라운드에 진출하며 ‘젊은 피’의 저력을 보여줬다. 방신실(16·비봉고1), 이정현(14·운천중2), 마다솜(21·한체대3)이 주인공이다. 방신실은 고등학생이고 이정현은 이제 겨우 중학생이다. 올해부터 골프 국가대표로 합류한 이정현은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선수 기록을 갖고 있다.
방신실은 이날만 4타를 줄여 합계 5언더파, 이정현은 3언더파, 마다솜은 2언더파를 적어내며 아마추어 돌풍에 합류했다.
이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