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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엘리트 좌파'는 더이상 서민층을 대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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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1세기 자본》을 통해 세계 소득 불평등 담론에 불을 붙였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사진)의 새 책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출간됐다. 전작이 자본주의에 내재된 불평등에 경제학적으로 접근했다면, 이 책은 역사와 정치, 사회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불평등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주력한다.

저자는 “불평등은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세력 균형에 따라 불평등의 형태는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프랑스 혁명 이전 유럽은 사제(성직자)와 전사(귀족), 평민(노동자·농민)으로 이뤄진 ‘3원 사회’였다. 노예제와 식민지 사회를 거쳐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불평등은 ‘소유자 사회’와 ‘소유주의 이데올로기’ 형태로 나타났다. 소유자 사회에선 사적 소유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소유권을 사회 안정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은 소유를 위한 경쟁에서 태생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다.

한국의 ‘강남 좌파’와 비슷한 개념인 ‘브라만 좌파’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브라만 좌파는 과거 노동자들의 정당이던 좌파 정당이 고학력·고소득층의 지지를 받는 집단으로 바뀐 것을 뜻한다. 전통적인 상위 자산 보유자들이 모인 우파 정당이 가난한 계층을 유인하는 양상은 ‘상인 우파’라고 칭한다.

저자는 이 같은 불평등을 없애려면 ‘참여사회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안에서 노동자의 참여를 강화해 불평등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참여사회주의는 ‘사회적 일시 소유’와 ‘사회연방주의’로 구성된다. ‘사회적 일시 소유’는 재산세, 토지세 등 사적 소유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을 누진소유세로 통합하는 개념이다. 누진소유세로 마련한 재원으로 만 25세 청년에게 유럽 성인 평균 자산의 60%에 해당하는 12만유로(약 1억6000만원)를 기본자본으로 제공하자고 주장한다. 또 불평등과 더불어 이민, 민족, 종교 등 국경 간 균열의 비극을 해결하려면 평등주의적 연대인 사회연방주의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국어판 기준으로 1300쪽에 달한다. 하지만 저자가 불평등을 분석하기 위해 프랑스부터 미국, 인도 등 각지의 시대별 신분제를 논하고,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정당 정치, 나아가 기본소득까지 한꺼번에 한 권에 담으려 해서 내용이 다소 중구난방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중간중간 제시되는 데이터도 저자의 장황한 주장을 뒷받침하기보단 독자들을 더욱 정신없게 한다는 느낌도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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