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췄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집값에 큰 영향을 주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기가 크게 위축된 데다 이미 고강도 대출규제까지 가해지고 있어서다. 금리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상업용 부동산은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당장 집값에 영향 주긴 힘들어”한은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50%로 전격 인하했다.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한 지 두 달 만에 사상 최저금리가 더 내려간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선 통상 금리 인하가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유동성 장세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한다는 건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며 “최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가 떨어질 때 실물자산 가격이 오르는 공식은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리보단 경기 여건과 소득 증가 여부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의미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탓에 이번 금리 인하가 ‘깜짝 호재’로 작용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강력한 대출규제도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시키는 요인으로 꼽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이 막혀 있고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엔 담보인정비율(LTV)이 9억원 초과분 20%와 이하분 20%로 각각 적용된다”며 “보유세 부담이 큰 탓에 일부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급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출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규제지역과 저가주택 가격엔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규제가 없는 지역의 9억원 이하 주택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강남 부동산시장 급등으로 나타난 가격 양극화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비규제 저가주택으로 유동성이 흘러들더라도 전반적인 주택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형 부동산, 입지에 따른 양극화상가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금리 변화와 민감하게 연동하는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질 전망이다. 임대수익률이 시중금리에 비해 높을수록 투자 유인 또한 커지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박원갑 위원은 “임대료만으로 가치가 평가되는 구분상가보단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역세권이나 업무지구 꼬마빌딩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호 부장은 “입지가 뛰어난 곳이 아니라면 공실률이 높아지고 수익률이 떨어지는 기조를 전환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춘욱 대표는 “사회 전반적인 언택트(비대면) 분위기에서 배달 서비스가 확산하는 건 오프라인 상가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의 경우 공급 과잉이 문제다. 2018년 전국에 9만3427실, 지난해엔 11만7859실이 공급됐다. 1~2인 가구 증가로 역세권 일부 단지는 수요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하향 추세인 것도 부담이다.
홍록희 대림산업 상무는 “오피스텔과 비주거용 부동산은 그동안 공급량이 많아 수익률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에 따라 단기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긴 힘든 여건”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선전할 수 있겠지만 임대가 목적인 재고 오피스텔의 가격과 수익률 상승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형진/이유정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