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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면역 여권' 필요할까…英 스타트업 개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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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면역이 됐거나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확인해 주는 이른바 '코로나 면역 여권' 도입이 유럽을 중심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들은 관련 시스템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개인의 사진이나 지문 등 생체 정보와 연결해 디지털 신분증(ID)을 생성해 면역 여권을 개발하려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난 25일 보도했다. 면역 여권은 자신의 상태가 건강하다는 것을 정부와 기업 고용주 등에게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지난 21일 “코로나19 항체 형성이 확인된 사람에 대한 증명서 발급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어떤 기업과 협력할지 등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유럽 전역의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면역 여권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선두주자로는 옥스퍼드대 졸업생 3명이 2012년 설립한 디지털 ID 스타트업 온피도가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달 1억달러 규모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후세인 카사이 온피도 최고경영자(CEO)는 "면역 여권 부정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진 ID를 검증한 뒤 영상 형태의 실제 생체 이미지와 비교하는 기술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사이 CEO는 "사생활과 개인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제3자는 사용자의 건강 상태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의 위험성은 인정하지만 면역 여권이 정상 생활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서 "가족 가운데 누군가 면역 여권을 갖고 있다면 적어도 그들은 나가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회사들은 면역 여권이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 건강권'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영국 기업 요티도 이런 회사 가운데 하나로, 사기 방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로빈 툼스 요티 사장은 "종이 조각이나 전화기 화면은 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요티는 사용자가 스크린샷이나 다른 사람의 코드를 사진으로 찍지 못하도록 하는 1회용 QR 코드와 디지털 홀로그램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이 도용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맨체스터에 본사를 둔 VST엔터프라이즈는 'V-헬스 여권'이라는 건강 여권 시스템을 개발했다. 회사 측은 경쟁사보다 더 먼 거리에서 여권을 스캔할 수 있게 해줘 사회적 거리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제라드 프랭클린 홍보 담당은 "영국 정부와 그 제안(면역 여권 개발)을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V-헬스 여권의 시스템 구축을 도운 센터패스엔터프라이시스의 애덤 파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 시스템은 감시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블루투스를 추적하지 않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않는다"며 "우리가 위치를 추적하는 유일한 시간은 우리가 특정 지역에 대해 테스트를 할 때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면역 여권이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국제 비영리단체 유럽디지털권리(EDRi)의 엘라 자쿠보스카 정책 담당은 "이러한 대규모 보안 감시 인프라가 구축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생활 침해가 일어난다"며 "우리는 누가 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떻게 이 데이터가 사용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톰 피셔 프라이버시인터내셔널 수석연구원은 "면역 인증이 없는 사람들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면역 인증을 받기 위해 건강한 사람들이 자신을 일부러 감염시킬 위험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면역 여권은 다른 모바일 앱 등과의 데이터 공유 등 호환성 문제도 있다. 온피도는 스위스 호텔 예약 스타트업 사이드하이드와 함께 앱을 제작 중이다. 사람들은 이 앱을 내려받아 자신의 면역력을 올릴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요티는 영국 정부와 스포츠 구단, 항공사 등과 협의 중이다. V-헬스 여권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재개를 위해 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조 톨릿은 "사람들은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6개의 다른 스캐닝 앱을 설치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나의 앱이 다른 면역 여권과 공유될 수 있도록 공통의 문서 형식을 구축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면역 여권에 대해 회의적 반응도 적지 않지만 해외 여행 등에는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영국군 외과의사 출신인 루이 릴리화이트 씨는 "장기적으로는 국제 여행에 분명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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