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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통상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물가는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올 들어 전 세계를 뒤덮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다른 양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둔화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전례 없는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는 만큼 물가 향방에도 관심이 많을 겁니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코로나19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을 보면 코로나19가 전 세계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예상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현재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경기 부양책 규모는 15조달러(한화로 약 1경8636조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준에 달하죠. 구체적으로 보면 5개 주요 중앙은행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입했거나 올해 매입 예정인 자산만 4조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사실 미국 등 일부 중앙은행은 자산매입 한도를 무제한으로 설정해 앞으로 자산매입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2조6000억달러를 비롯해 주요 10개국이 마련한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책 규모 역시 4조달러고요. JP모건은 올해 주요국의 감세와 재정지출이 전 세계 GDP의 2.7%에 이르러 2009년 2.3%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대 후반 리먼 사태 당시에도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있었습니다. 당시엔 물가 상승은 없었습니다. 1차 및 2차 세계대전과 1970년대 석유 파동 땐 물가 상승세가 뚜렷했답니다. 이 때는 공급 충격이 우세한 영향이 컸을 겁니다.
1929년 대공황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수요 충격이 우세했기 때문에 물가가 하락하거나 상승세가 크게 둔화했거든요. 전염병 사례를 볼까요. 스페인 독감 당시엔 전 세계 물가가 상승했습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신종플루·에볼라 등 때는 물가 영향이 작았고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는 수요 충격을 유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수요와 공급 양측을 동시에 위축시키고 있어 물가 상승과 하락 요인이 병존한다는 설명이죠. 코로나19가 물가 하락 요인이 되는 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관망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소비와 투자 회복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은 고용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게 되고요. 코로나19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재택 근무와 온라인 구매 등의 생활 방식이 이어지면서 제품간 가격 경쟁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가격 경쟁은 결국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겠죠.
그렇다면 반대로 코로나19가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볼 수도 있습니다. 각국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 체계를 재정비하는 겁니다. 갑작스러운 조업 불가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가치사슬의 글로벌화가 후퇴하게 됩니다. 글로벌화의 후퇴는 노동력과 각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생산성 저하도 물론이고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코로나19 우려가 완화된 이후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수요를 더욱 강하게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생산·판매업자들은 소비자 복귀를 기회로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겠죠. 코로나19로 인한 그간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죠.
마지막으로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지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를 우려해 통화 긴축으로 전환을 장기간 지연시킬 수 있거든요. 코로나19에 대응한 정책 조치는 실물경제에 자금 공급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 광의의 통화량을 증대시키면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습니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대규모 자금공급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으로 단기에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고물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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