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약물 표적 단백질에 작용하는 화합물을 발굴하는 업체가 미래 신약 시장을 선점할 겁니다. 약물 표적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해 내성을 억제하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겠습니다.”
24일 이봉진 마스터메디텍 대표는 “인체에서 약물이 표적할 수 있는 단백질이 5000~1만개로 추정되지만 현재 약 450개만 약물 표적 단백질로 쓰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2013년부터 6년간 최장수 서울대 약대 학장을 역임했던 학계 권위자다. 보건복지부에선 신약개발 구조정보 통합연구센터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단백질 구조 분석에 기반해 저비용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막단백질 분석하면 신약 빠르게 찾아” 이 대표의 주 연구 분야는 ‘막단백질 구조 분석’이다. 막단백질은 세포막에 파묻혀 정보 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세포 내부의 신호물질을 외부로 수송하거나 외부에서 들어온 신호물질을 받아들이는 통로 역할을 한다. 기존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방식은 저분자화합물들을 약물이 작용할 단백질에 일일이 대조하는 식으로 후보물질들을 선별했다.
반면 마스터메디텍은 막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이 막단백질에 달라붙는 저분자약물을 합성한다. 처음부터 표적할 막단백질에 맞는 화합물들을 골라 만들어 내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이 방법으로 약물을 설계하면 기존 방식에 비해 합성할 화합물 수를 100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터메디텍은 막단백질 구조 분석에 개발한 신약을 이미 개발하고 있다. 막단백질의 일종인 NSDHL 단백질에 달라붙어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했다. 고지혈증 치료제로 쓰이는 스타틴 계열 약물과 표적하는 단백질이 달라 근육통, 불면증 등 기존 약물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단기 수익 모델도 확보하고 있다. 단백질 구조 정보를 다른 신약개발업체에 판매하거나 용역 사업으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식으로도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막단백질에서 일어나는 신호전달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신약들을 개발할 수 있다”며 “포항과 일본 츠쿠바에 있는 방사 가속기를 이용해 막단백질 구조를 밝히고 서울대 약대의 천연물은행을 활용해 약물후보군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결핵·폐렴·간암 치료제도 개발” 이 대표의 창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신약개발 업체인 프로메디텍을 창업했다.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전임상까지 했지만 이 회사를 합병한 모회사가 휘청하면서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지난해 벤처캐피탈(VC) 두 곳에서 창업 제의를 받은 이 대표는 창업에 재도전하기 위해 다른 연구자들과 머리를 맞댔다.
다국적 제약사 머크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김병문 서울대 화학부 교수, 유한양행 선임연구원이었던 이승규 서울대 약대 박사, 네이처 표지에 논문을 게재했던 김경규 성균관대 의대 교수,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호암상을 받았던 김규원 서울대 약대 석좌교수, 과학기술정통부 생리활성물질자원은행 은행장인 오원근 서울대 약대 교수 등 학자 5명이 합류했다.
마스터메디텍은 이 학자들이 일궈놓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파이프라인을 늘렸다. 균 속 독소를 활성화해 균의 자살을 유도하는 방식인 결핵·폐렴 치료 후보물질은 이미 특허등록을 마쳤다. 혈관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ARD1의 활동을 억제하는 간암치료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길리어드에서 내놓은 혈액암 치료제 이델라리시브를 간암치료제로 활용하는 내용의 임상 2상도 투자 받는 대로 착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올 3분기 내 100억원가량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겠다”며 “직원을 10명 이내로 두고 외부에 임상을 맡기거나 공동연구를 추진해 사업을 효율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