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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디지털 뉴딜과 스트롱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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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의 저력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K방역’이 세계적인 롤모델이 된 데는 의료인들의 헌신과 바이오 기업의 진단 역량 못지않게 ICT 인프라가 큰 역할을 했다. 수십만 명의 학생이 동시 접속해 원격수업을 받는 온라인 개학이 가능했던 것도 ICT 덕분이다. 원격근로와 콘텐츠·전자상거래 서비스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데 안전판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교역과 교류는 ‘단절’됐지만 모바일과 인터넷 등 언택트(비대면) 방식을 통해 ‘연결’됐다. 원격교육과 원격회의가 일상화되고, 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경제는 더욱 커졌다. 언택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제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대세가 될 것이다.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

“2년간 이뤄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단 두 달 만에 진행됐다”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의 말처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은 빨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는 초연결사회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변화는 기업과 국가의 운명까지 바꿔놓을 것이다. 정부가 디지털 기반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혁신을 가속화하는 ‘한국판 뉴딜’에 나선 배경이다.

‘디지털 뉴딜’로 불리는 한국판 뉴딜의 세부 계획은 다음달 확정된다. 하지만 정부가 미리 발표한 3대 프로젝트와 10대 과제를 보면 뉴딜이란 구호에 걸맞은지 의문이 든다. 핵심인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활성화 등은 기존에 나온 국가전략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규제 개혁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ICT 관련 법안들의 면면을 볼 때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근절하겠다는 ‘n번방 재발 방지법’, 해외 콘텐츠사업자의 국내 통신망 무임승차를 막겠다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 통신요금 인가 규제 폐지법 등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텔레그램 같은 해외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통신요금 인가제 대신 15일 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 유보신고제를 둬 시늉만 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뉴딜, 국가개조 프로젝트 돼야

선한 의도로 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결과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2013년 개정된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의 공공 SW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이 법안은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소 SW 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에 밀려 통과됐다. 그 결과는 어떤가. 대기업의 수출은 부진하고, 공공사업에만 매달리는 중소기업들은 낮은 수익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국내 공공사업에 참여하려는 것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필요한 레퍼런스(구축 사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대표는 “국내 사업 경험이 없는 기업이 외국에 나가 수주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경쟁자들은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IT 대기업들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이미 해외 기업이 점령한 지 오래다.

한국경제신문이 오는 27일 여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0’의 주제는 ‘벽을 뛰어넘는 과학기술’이다. 디지털 뉴딜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길을 안내하는 좌표가 돼야 한다. 정부는 국내 대표 기업들이 기존 규제의 벽을 뛰어넘어 글로벌 영토를 확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모처럼 맞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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