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확산하는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여야 불문하고 ‘조속 입법’에 의욕을 보이지만 기본소득제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고 정략만 넘치는 모습이다. 재원 조달 등 핵심 쟁점은 외면한 채 포퓰리즘으로 기우는 양상이 뚜렷하다.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도입을 고민하는 글로벌 이슈다. 핀란드에서 2년간 실험이 있었고, 스위스에서는 도입 찬반에 대한 국민투표까지 진행됐다. 복잡한 복지시스템을 단순화해 누수를 막고, 행정비용을 절감하며, 자발적 근로를 유인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국내의 논의가 선진국과 다른 점은 복지제도 전반의 재편에 대한 고려가 취약하고, ‘세금 살포’ 경향이 짙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육아수당·자영업월세수당·청년수당·농어민수당 등의 기본소득을 주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청년이나 노인층에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정도라면 기본소득제라기보다 복지수당 신설을 통한 현금 살포에 방점이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뒤늦게 논의에 가세한 보수정당의 사정도 비슷하다. 엊그제 미래통합당 당선자 워크숍에서는 “전파, 바다, 공공건물 등 공공자산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쓰자”는 안이 제시됐지만 근본적인 재원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본소득제가 중구난방으로 설계될 경우 나라를 빚더미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 ‘국민 60% 이상이 도입에 찬성한다’는 식의 여론조사가 인용되지만 재원 문제를 곁들여 질문하면 반대가 높다는 점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공짜 심리’가 높아진 틈을 타, 기본소득제가 만병통치약처럼 거론되고 있지만 사회적 효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핀란드의 2년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는 게 중론이다. 스위스 국민투표도 압도적 반대로 마무리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고용 환경을 핑계로 기본소득제를 밀어붙이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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