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동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지역에서 수십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메뚜기 떼와 싸우기 위해 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메뚜기 떼를 방치할 경우 올해 85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동아프리카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메뚜기 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 떼가 중동과 남아시아로 옮겨가면서 식량을 삼켜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이렇게 많은 수의 메뚜기가 나타난 것은 70년 만에 처음이다. 메뚜기 떼는 현재까지 23개국에 영향을 미쳤다고 FT는 전했다. 올 초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남수단 등을 휩쓴 메뚜기 떼는 알을 낳은 뒤 규모가 20배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맬패스 총재는 "아프리카 뿔(북동부)의 2250만 명의 사람들이 이미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우선 피해가 가장 큰 지부티,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등 4개국에 1억6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 지원을 받더라도 아프리카 북동부의 메뚜기 관련 피해는 올해 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프리카 사막메뚜기관리협회의 스티븐 은조카 이사는 "코로나19처럼 곤충들은 여권도 없고, 비자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메뚜기 떼가 전 세계로 급속히 퍼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말이다. 그는 "소말리아 등지에서도 메뚜기 떼 박멸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우선 이웃 국가들이 메뚜기 무리를 통제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