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인사할 시간도 없습니다.
부활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
정말 거래가 안 될까요. 이런 저주처럼 용산은 망했을까요.
오늘도 결론부터 얘기합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토지라는 단어에 있습니다
만약 용산에 있는 집을 산다면
면적이 18㎡를 넘을 때 허가를 받으란 얘기인데
여기서 면적은
집이 아니라 그 집이 깔고 있는 땅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부수토지의 면적이
18㎡를 넘느냐 안 넘느냐가 중요한 거죠.
단독주택이라면 계산이 쉽겠지만
한 필지에 여러 사람이 사는 빌라나 아파트는 어떨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런 항목이 있습니다.
이걸 보고 땅의 면적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촌동에 있는 ◇◇ 아파트는 이런 항목이 없습니다.
부수토지,
그러니까 대지지분이 아예 없다는 얘기죠.
원인을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서울시가 갖고 있는 땅 위에 집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토지거래허가인데 토지가 없으니까
이런 경우엔 허가 또한 없어도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지분을 쪼개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분 쪼개기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겠죠.
재개발 예정지에서 선수들이 쓰던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재개발 예정지에서 단독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빌라를 지으면
한 명이던 집주인이 여러 사람으로 늘어납니다
단독주택에 딸려 있던 땅도 집주인의 숫자만큼 쪼개지겠죠.
이걸 지분 쪼개기
또는 신축 쪼개기라고 합니다.
쪼개진 지분이 토지거래허가의 기준면적보다 작다면
이것 또한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럼 이걸 막 사면 되냐고요?
중요한 건 지분 쪼개기 시점입니다.
만약 구역지정 이후에 쪼개진 집이라면
이걸 사도 새 아파트 못 받습니다
조합원분양자격이 없다는 얘기죠.
법이 그렇습니다.
예외규정이 있긴 하지만
구제가 될지 안 될지는 나중에 결정됩니다.
그래서 언제 이렇게 쪼개진 집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지분이 작았던 집을 사는 게 가장 안전하겠죠.
이런 과소지분이 어디어디에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도 회사는 계속 다녀야 하니까요.
그런데 당장 거래가 가능하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어차피 재개발·재건축을 보고 사는 건데
재개발·재건축은 대지지분이 적을수록
나중에 낼 돈도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땐
내가 갖고 있던 부동산이 원래 얼마였는지를 따지는데
여기서 땅값의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땅이 없었다면 땅값도 없고
땅이 적었다면 땅값도 적겠죠.
과소지분만 거래가 되는 건 아닙니다.
경매도 됩니다.
경매는 아예 예외조항에 해당됩니다.
어? 국토부 발표 자료엔 그런 말 없었는데?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당연히 알려줄 리가 없죠.
그래서 옛날옛적 우리 형님들은 경매를 이용했습니다.
그냥 경매로 나오는 건 경쟁이 심하니까
사고 싶은 물건을 미리 정한 뒤
매도인이 빚을 진 것처럼 담보가등기를 만들고
경매로 넘겨버리는 거죠.
이때 채무액이 집값보다 한참 높다면
내가 낙찰받으려고 작업했으니 넌 입찰하지 마
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경매 나왔다고 절대 낚여서 응찰하면 안 됩니다.
그 돈까지 다 물어줘야 하니까요.
그리고 직접 이런 일을 꾸미다가 걸리면
신문에 이름이 나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꼼수를 부리지 않고 주변 지역의 풍선효과를 노리는
착한 형님들도 과거엔 많았습니다
나쁜 형님들은 임차인을 이용했죠.
토지거래허가제의 주택은 직접 거주하는 용도로만 살 수 있습니다.
임대를 못 한 다는 얘기죠.
그런데 이미 임차인이 살고 있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임대차계약기간이 끝나면 들어가 살겠다고
허가를 받아두는 거죠.
이걸 활용해 임대차계약기간을 길게 설정하고
거주 의무를 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정부가 집중조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절대 이렇게 하지 마시라고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아예 토지거래허가제의
면적 기준이 더 줄어들 가능성은 없냐고요?
그땐 법을 바꿔야 합니다.
토지거래허가제의 주거지역 기준면적은 원래 180㎡입니다
여기서 이 기준의 10%나 300%까지 재량껏 정할 수 있는데
용산은 10%를 적용한 거죠.
그러니까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가 된다면
이 기준이 바뀌는 내용일 수도 있는 거죠.
반응 좋으면
또 돌아오겠습니다.
3분 부동산이었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편집 전형진 기자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