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사에 많이 쓰이는 레버리지(leverage)란 용어는 ‘지렛대 효과’를 의미한다. 물리학의 기본 원리인 지렛대 효과는 작은 힘으로 큰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얘기로, 중심축을 어디에 놓느냐, 또 어느 정도나 들어 올리느냐가 관건이다. 너무 세게 힘을 줘 무리해서 물건을 들어 올리다 보면 짐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굴러 내려와 내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재무관리에도 지렛대 효과가 있다. 소위 ‘재무 레버리지’라고 하는데 남의 돈을 빌려서 좋은 투자를 하게 되면 기업 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자 비용을 훨씬 능가하는 높은 기대수익률의 투자 안이 있는데 수중에 자금이 없다고 포기할 일이 아니란 뜻이다. 부채를 일으켜 자본을 조달하고 훌륭한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면 이자 지급 후에도 남는 장사를 하게 되는 셈이 아닌가?
문제는 어떤 부채를 어느 정도나 쓰느냐다. 단기 고금리 악성 부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쓰게 되면 두말할 것도 없이 실패하게 된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투자은행의 경우를 보자. 파산 직전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의 부채비율은 3000%를 넘었다. 자기 돈의 30배 넘게 부채를 가져다 쓴 상황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지니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모기지 수요자인 미국 시민들은 어땠을까? 저금리 고수익의 단맛에 취해 너나 할 것 없이 감당 못할 수준으로 돈을 빌려 주택 매입에 올인하는 투기성 투자를 했다가 갑작스레 금리 부담이 커지자 졸지에 망한 것이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정부 및 기업의 재무 상황은 지렛대를 너무 세게 누른 통에 되레 부채의 짐에 깔리게 된 형국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6년 소위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전후 과도한 자신감으로 경상수지 적자 보전 등을 위해 국가 부채를 늘렸다. OECD 국가 프리미엄으로 부채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업과 금융기관 또한 단기 외채 중심의 차입 경영에 뛰어들었는데, 국제 금융의 기본 메커니즘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투기꾼들에겐 최고의 먹잇감이 아니었을까?
자기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때로 과감한 리스크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모하고 과도한 투기성 레버리지 투자는 금물이다. 과거 국내외 사례가 이런 교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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