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줄줄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단기외채비율이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은행을 중심으로 달러 빚을 늘린 결과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0년 3월말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올해 3월 말 단기외채비율(단기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값)은 37.1%로 지난해 말에 비해 4.2%포인트 상승했다. 2013년 3월말(37.3%) 후 최고치다. 이처럼 단기외채비율은 치솟은 것은 단기외채가 치솟은 반면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영향이다.
한국의 정부, 가계, 기업, 은행 등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외화 빚을 나타낸 단기외채는 지난 3월 말 기준 1485억달러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9.4%(140억340만달러) 늘었다. 지난 3월 말 단기외채는 2011년 6월 말(1547억4360만달러) 후 가장 많았다. 지난 3월에 코로나19 충격으로 곳곳에서 달러 조달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은행들도 단기 외화 빚을 대폭 늘린 결과다. 지난 3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단기 대외채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122억달러 늘어난 1141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3월 말 외환보유액은 4002억1440만달러로 작년 12월 말에 비해 86억2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3월 외환당국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원화 약세)을 진정시키기 위해 적잖은 외환보유액을 사용한 영향이다.
단기외채가 늘면서 단기외채비중(단기외채를 전체 대외채무로 나눈 값)은 30.6%로 1.8%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12월말(31.1%) 후 8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평소 단기 외화 빚은 수시로 만기 연장(롤오버)이 가능하다. 하지만 2008년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불거지면 만기 연장에 차질을 빚고 단기적으로 자금난을 겪게 된다.
장·단기 외화 빚을 합친 대외채무는 지난해 말에 비해 188억달러 늘어난 4858억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다. 대외지급 능력을 나타낸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은 645억달러 늘어난 5654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