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켜 인터넷망 무임승차 논란을 빚어온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국내 망사업자(ISP)들에게 사용료 등을 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개정안에는 기간통신사업자뿐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 즉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나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안정적 서비스 제공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터넷망 유지와 품질 관리를 책임지는 통신사 등 기존 ISP뿐 아니라 망을 활용하는 콘텐츠 사업자(CP)도 이 책임을 나눠 갖도록 한 게 골자다.
개정안은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ISP에 거액의 망사용료를 지불하는 국내 CP에 비해 해외 CP는 이를 지불하지 않고 책임 소재도 명확하지 않아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반영한 셈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 해외 CP가 넷플릭스다. 국내 ISP 가운데 SK브로드밴드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벌이고 있다. ‘망중립성’ 개념을 근거로 CP가 ISP 망에 트래픽을 유발했더라도 대가 지급 의무는 없다는 게 넷플릭스 측 주장이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SK브로드밴드는 “이용자 보호에 있어 ISP와 CP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글로벌 CP에 대해서도 이용자 보호 의무가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반겼다.
총대는 SK브로드밴드가 멨지만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ISP들도 큰 틀에서 유사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경신 오픈넷 집행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업체들의 ‘본사’는 우리나라 법상 부가통신사업자 신고가 안 돼 있다. 개정법의 행정력 집행 자체가 불가능해 결과적으로 국내 CP들만 죽이는 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미 망사용료를 내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도 개정안이 도리어 국내 CP를 옥죄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우려해왔다.
한 국내 OTT 업체 관계자는 “처음 얘기가 나온 것은 해외 CP와의 역차별 문제였지만 결국 규제를 강화해 국내 CP 망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방향으로 변질됐다”면서 “개정안에 따라 CP들이 망비용을 더 내게 되면 궁극적으로 요금이나 콘텐츠 접근권 면에서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