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주의 양식에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담아 현악4중주를 작곡한 청년 베토벤의 마음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유럽 무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악4중주단 ‘아벨 콰르텟’은 베토벤의 작품으로 자신들의 음악 생활을 빗댔다. 2013년 결성 이후 8년이란 세월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콰르텟으로 성장한 이들은 올해 1월 비올라 주자를 바꾼 뒤 첫 공연을 한국에서 한다. 21일 오후 8시부터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무관중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여는 ‘앙상블 로드 시리즈’ 무대다. 20일 금호아트홀 연습실에서 공연 리허설에 한창인 아벨 콰르텟 멤버들을 만났다.
아벨 콰르텟은 2013년 윤은솔(바이올린), 박수현(바이올린), 김세준(비올라), 조형준(첼로)이 독일 유학 중에 결성했다. 2015년 세계적 권위의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에는 스위스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콰르텟으로는 처음으로 3위에 입상했다. 지난해부터는 네덜란드 현악4중주 아카데미(NSKA)의 상주 악단으로 초빙돼 유럽 무대를 중심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4월에 이어 1년 만에 오르는 국내 무대에서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생애를 관통하는 작품들을 들려준다. 초기 작품인 ‘4번 c단조’와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작곡된 ‘11번 f단조’, 높은 예술적 경지를 보여주는 후기 대표작 ‘15번 a단조’다. “우리가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습니다. 2015년 하이든 콩쿠르에서 베토벤 현악4중주 4번을, 2016년 제네바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15번을 연주했습니다. 많이 공부했고 연습한 곡들이죠.”(조형준)
이들이 이번 공연에서 새로 선보이는 곡은 11번이다. 박수현은 “1810년 베토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표현한 곡”이라며 “그의 음악 철학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창설 멤버인 비올리스트 김세준이 독일 하노버 NDR 라디오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수석으로 선발돼 올 1월 콰르텟에서 빠졌다. 대신 지난해 이탈리아 가에타노 지네티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문서현이 새로 합류했다.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악대학에 재학 중인 그는 조형준, 김세준과 국립경찰교향악단에서 군생활을 함께하며 아벨 콰르텟과 인연을 맺었다. 조형준은 “음악 이야기를 하며 많이 친해졌다”며 “무엇보다 서현씨가 실내악에 큰 열정을 보여 합류하는 데 다른 단원들도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첫 만남을 가진 이들은 ‘합숙훈련’을 하며 호흡을 맞췄다. 경남 창원 출신인 윤은솔, 부산 출신 조형준은 단원들이 함께 연습할 곳을 찾았다. 윤은솔은 “연습량을 늘리려고 아예 창원에 ‘아벨 숙소’를 마련했다”며 “함께 살고 매일 같이 연습하니 금세 호흡이 맞아들어갔다”고 했다. 문서현은 “외국에 머물렀다면 이렇게 연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21일 열릴 온라인 공연을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팁’도 알려줬다. “11번은 부제로 사용한 음악용어 ‘세리오소(엄숙함)’의 의미를 생각하며 들으면 좋을 것 같고요. 15번은 베토벤이 악보에 자필로 ‘병든 자가 회복된 후 신에게 바치는 감사의 노래’라고 썼다고 합니다. 연주곡의 의미를 알고 들으면 음악을 더 즐길 수 있습니다.”(문서현)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