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과일 수확철인 농번기를 맞아 실업자들을 농가와 연결해 단기 취업을 알선하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이 급감하자 직장을 잃은 자국민으로 이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영국 정부는 5만여개의 단기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19일(현지시간) 일손부족 농가와 단기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픽포브리튼’(pick for Britain) 공식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부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자리를 잃었거나 정부로부터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제 2의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며 “실업자들이 농가를 위한 계절근로자의 역할을 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일자리를 잃은 식당 웨이터와 점원 등이 웹사이트에 접속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날 기자회견 직후 해당 웹사이트는 접속자가 폭증해 다운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2291명이었던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기자회견 직후 16만1000명으로 급증했다. 픽포브리튼 웹사이트는 이날 밤 늦게까지도 접속 장애를 빚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일손부족 농가와 실업자들을 연결시켜 주고 있다”며 “웹사이트 용량을 하루빨리 복구해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픽포브리튼은 1·2차 세계대전 당시 대부분의 남성들이 군대에 차출되면서 농촌 일손이 부족해지자 여성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모집한 캠페인에서 차용한 용어다. 당시 농촌 현장에 투입된 여성들은 ‘농촌부대’(Land Army)로 불렸다. 찰스 영국 왕세자는 지난달 말 대국민 동영상을 통해 “올해 과일과 채소를 수확하려면 영국인 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선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과일 및 채소 수확철인 농번기를 맞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이 시기에 필요한 농가의 계절근로자는 5만6000명이다. 지금까지는 동유럽 출신 근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FT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계절근로자로 일한 영국인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고된 일에 비해 급여는 상대적으로 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필요한 계절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을 메꾸기 어렵다고 밝혔다. 3만7000여개의 계절근로자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더욱이 영국 정부는 조만간 외국인 입국자를 대상으로 14일간 의무 자가격리 방침을 시행할 예정이다. 의무 자가격리 제도가 시행되면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일손부족 농가에 적시 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 농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농가일손 부족으로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밭에서 썩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공급부족을 야기해 농산물 가격 급등을 초래하게 된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