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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칼 바람'에서 신용도 지켜낸 기업들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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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19일(11:20)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연일 기업들의 신용 강등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가 주춤하더니 올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상태가 곤두박질치고 있거든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정기 평가 기간을 맞아 이달 들어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신용도를 점검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사례가 많아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신용 칼 바람' 속에서도 굳건하게 신용도를 지키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엔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요. 이런 기업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위기 상황을 버텨낼 든든한 유동성입니다. 쉽게 말해 차입금 규모가 작아 금융비용이 크지 않고 차환 부담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풍부해 단기간 매출이 급감해도 별다른 유동성 위기 우려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대표적인 기업 중 한 곳이 바로 삼천리입니다. 삼천리는 국내 도시가스업계에서 탄탄한 시장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1966년 삼천리연탄으로 설립됐죠. 1984년 경인도시가스를 흡수합병한 뒤 2002년엔 연탄사업에서 철수하고 도시가스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게 됐습니다. 지역 독점적 산업이라는 경쟁력을 앞세워 AA+의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기 평가에서도 AA+ 신용등급과 안정적 등급전망을 유지했고요. 지난해 말 기준 삼천리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055억원입니다. 외형은 정체됐지만 안정적으로 이익이 나고 있는 덕분입니다. 공급권역 내 보급률이 90%를 웃돌고 판매단가가 과거 대비 낮은 수준에서 머무르면서 삼천리의 매출(별도 기준)은 2017년 이후 2조5000억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정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삼천리는 원가보전형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연 1000억원 수준의 안정적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내고 있다"며 "실질적인 무차입 기조가 유지돼 재무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대림산업도 이번 정기 평가에서 AA- 신용등급과 안정적 등급전망을 지켜냈습니다. 대림산업은 건설과 제조 부문으로 이원화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 3년 매출 기준 각각 85%, 15% 정도입니다. 제조 부문은 매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영업실적을 유지하면서 부동산 경기에 따른 건설 부문의 실적 가변성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건설 부문에선 공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사업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고 있고요.

올 3월 말 기준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의 2.5배인 20조6000억원에 달하는 수주 잔고를 갖고 있습니다. 대림산업은 운전자본투자와 자본적 지출을 계속하고 있지만 1조원을 웃도는 영업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꾸준히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지난해 말 기준 대림산업의 순차입금은 -901억원을 나타냈답니다.

현대백화점도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신용도를 굳건하게 떠받치고 있는 기업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올 3월 말 기준 전국 총 15개의 백화점 점포와 6개의 아울렛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업종 중 하나죠. 2012년 이후엔 내수 부진과 성숙기에 도달한 시장 구조로 인해 실질 판매성장률이 정체 상태입니다. 지난해부터 면세점 부문 실적이 반영되면서 외형이 커지고 있지만 올 들어 등장한 코로나19 악재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죠.

사실 투자 부담도 큰 편입니다. 4500억원을 출자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2월 두산의 면세점 사업부를 인수했습니다. 재고자산 인수 등 운전자금과 초기 운영경비 등이 계속 들어갈 전망입니다. 올해 개장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프리미엄 아울렛 투자가 본격화될 예정이라 투자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비우호적인 요인들에도 신용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 덕분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4000억원의 영업현금창출을 통해 투자 소요를 대부분 충당해왔습니다. 외부차입을 최소화하자는 전략이었죠.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리스부채 4112억원을 포함해 9326억원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유하고 있는 5178억원의 현금성자산을 감안하면 재무안정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위기 땐 역시 손에 쥐고 있는 '현금'이 여러모로 큰 힘이 되는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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