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04.42

  • 1.36
  • 0.05%
코스닥

694.71

  • 2.71
  • 0.39%
1/3

"대학개혁 출발점은 재정 독립"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재정 악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국내 대학들은 5년 안에 50개가 사라질 것이다. 이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 ‘코리아프리미엄’을 실현하려면 ‘재정 확충’이 최우선이다.”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사진)은 “변화에 둔감하던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존립에 대한 위기감이 더 커졌다”며 “정부가 이들에 재정과 학사운영 자율권을 주고 혁신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퇴임한 전 전 총장은 4년 재임기간 내내 대학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했다. 고민의 흔적은 지난달 전 전 총장이 번역 출간한 《와세다대학의 개혁》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1990년대 일본 대학들도 학령인구 급감으로 도산 위기에 빠졌다”며 “와세다대도 재정 파탄 직전까지 갔지만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세키 쇼타로를 영입해 재정개혁을 추진하면서 일본 최고 사립대라는 명성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 전 총장은 “와세다대는 대학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이해관계자의 경영 참여를 추진하면서 재정독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책의 부제대로 ‘재정독립 없이 학문의 독립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와세다대는 유휴자산 매각과 수익사업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지만 국내 대학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도 대학들이 구조조정, 등록금 책정, 유휴자산 활용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역사 짧지만 KAIST·UNIST 미래 경쟁력 있다"
창업 많고 과학기술 리더 배출…한국 노벨상 UNIST서 나올 것


전호환 전 총장은 사람, 재정, 국제화를 대학 경쟁력의 3대 핵심 요소로 꼽았다. 그러면서 1991년 설립된 싱가포르의 난양기술대(NTU) 얘길 꺼냈다. NTU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2020년 QS 세계 대학 평가’에서 1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연구 혁신과 교육의 진화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 과감하게 투자한 결과였다.

전 전 총장은 “스웨덴 출신으로 노벨상 심사위원장을 지낸 생화학자 버틸 앤더슨 박사가 2011년 총장으로 부임한 뒤 파격적인 대우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를 유치했다”며 “롤스로이스, 록히드마틴, BMW 등 세계적 기업들과 공동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는 등 국제적 산학 협력을 통해 대학·기업·정부 모두 윈-윈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학 구조조정과 혁신은 국내 대학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 전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400여 개 대학이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며 “부실 대학들이 자산을 정리하고, 질서있게 퇴출될 수 있도록 정책적·법률적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감한 통폐합도 주문했다. 그는 “국공립대 통폐합은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며 “초등학교 교사의 신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게 되는 만큼 전국 10개 교육대학도 10개 거점 국립대학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선 국회에 수년째 계류 중인 대학구조조정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 전 총장은 국내 대학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이유 중 하나로 총장직선제를 지목했다. 그는 “연구력이나 리더십이 검증된 교수를 총장으로 초빙하는 선진국 대학과 달리 국내에선 대부분 장기간 근무하며 네트워크를 쌓아온 교수들이 총장에 선출된다”며 “국내 대학 총장들은 구조조정과 혁신을 고민하는 ‘경영자’보다는 단순한 ‘집행자’ 역할에만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내 대학들이 희망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전 전 총장은 “중소 규모의 연구중심 대학들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첨단 제조업체들이 협력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우수한 교수 유치와 재정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전 총장은 역사는 짧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학으로 KAIST와 UNIST(울산과학기술원)를 꼽았다. KAIST는 2017년 말 기준으로 1456개에 달하는 동문 창업 기업이 13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기업이 고용한 인력만 3만2000여 명이다. 그는 “KAIST는 가장 성공한 정부 창업 프로젝트 중 하나”며 “국내 산학연구 인력의 45%, 과학기술계 리더급 인사의 23%가 KAIST 출신으로 창업과 연구 인력 분야에서 절대 강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설립된 울산의 UNIST도 2020 THE 세계대학랭킹에서 3년 연속 논문 피인용도 국내 1위, 세계 7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전 전 총장은 “UNIST는 발표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논문 피인용도 점수가 91.3점으로 서울대(66.5)를 크게 앞질렀다”며 “앞으로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는 아마도 UNIST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상미/부산=김태현 기자 saramin@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