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0만 명의 독일 아헨시(市)와 ‘독일의 MIT’로 불리는 아헨공대의 협력은 도시와 지역 대학 간 대표적인 상생 모델로 꼽힌다. 2005년 독일 연방정부와 주 정부는 우수 대학 육성을 위한 전폭적인 자금 지원에 나섰다. 당시 아헨시는 도심의 기차역을 외곽으로 옮기고 이 부지를 아헨공대에 제공했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목적이었다. 아헨공대의 기술과 연구 인력의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수많은 벤처기업이 도시에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지역경제는 크게 부흥했다.
영국 길퍼드시의 서리대도 상생으로 도시 재건에 성공한 사례다. 길퍼드시는 런던에서 남서쪽으로 27마일 정도 떨어진 인구 8만 명의 소도시다. 1981년 서리대는 그린벨트 일부를 풀어 ‘혁신연구단지’를 조성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시는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 재건에 따른 환경파괴도 막겠다는 서리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3년에 걸쳐 해당 지역 주민을 만나 설득하고, 대학과 기업 그리고 시가 함께 종합계획을 세웠다. 현재 이들 혁신단지에선 길퍼드시 지역총생산의 25%가 나오고 있다.
좋은 대학 하나가 도시를 어떻게 먹여살리는지 보여준 사례들이다.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은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의 역할은 기술개발을 넘어 창업과 새로운 직종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아헨공대와 서리대의 경험은 정원 미달과 재원 부족 등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 국내 지방사립대들에 시사하는 게 많다. 이들 대학을 롤모델로 삼아 경쟁력을 높일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학령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올해부터 국내 대학에선 입학정원보다 대입가능자원 수가 더 적은 ‘대입역전현상’이 벌어진다. 올해 대입가능 정원은 47만9376명인데, 전체 대학 입학정원은 49만7218명이다. 지방사립대부터 정원 미달 등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역대학들이 경쟁력을 높이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일으켜 세우려면 지방대 중심의 창업 생태계 구축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교육부도 올초 ‘지방자치단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 기본계획’을 내놨다. 3개 지역을 선정해 국고 1080억원을 지원,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지방대 및 지자체 대상으로 별도 지원사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자체와 해당 지역 대학이 함께 특성화 전략을 세우고 혁신사업을 발굴해 인재양성 및 사업을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지역 수요를 반영해 지자체와 지방대들이 자율적으로 혁신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