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곳 가운데 5곳이 바이오주로 채워져 있을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가총액 순위가 요동치는 사이 상위권에 터를 잡았던 ‘소·부·장’, ‘문화콘텐츠’ 종목들은 끊임없이 밀려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바이오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묻지마 투자’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10위 가운데 8곳의 순위가 연초 대비 바뀌었다. 5개월 새 10위권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곳은 4곳이나 된다. 2차전지 관련주 에코프로비엠을 제외한 새 얼굴 모두가 바이오업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진단키트 대장주로 올라선 씨젠은 올해 초만 해도 41위에 불과했다. 작년 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하면서 더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기준 씨젠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엘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8000억원에 불과하던 시총은 5개월 만에 3조원을 넘어섰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로 알려진 알테오젠도 급부상 중이다. 코로나19 탓에 코스닥지수가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 3월 19일 시가총액이 25위에 불과했던 이 회사는 두 달 만에 7위로 올라섰다. 이달에만 주가가 49.58% 뛰었다. 피하주사 제형 변형 플랫폼 하이브로자임(Hybrozyme) 기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에이치엘비는 연초부터 코스닥 시총 1,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의료기기 부품사 리노공업은 31위에서 17위로 순위가 급등했다. 리노공업 주가는 올해만 55.23% 상승했다.
10위권 밖에도 온통 바이오 관련주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휴젤(12위) 헬릭스미스(13위) 제넥신(14위) 메지온(16위)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의 힘에 밀린 타 업종은 꾸준히 내림세다. 연초 3위에 올랐던 CJ ENM은 3월 5위로 떨어진 뒤 6위까지 순위가 낮아졌다.
최근 알테오젠에 밀려 7위까지 순위가 하락하기도 했다. 스튜디오드래곤(9위)도 간신히 10위권에 머물러 있다. 파라다이스도 같은 기간 9위에서 23위로 급락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대표주인 SK머티리얼즈는 올해 초 8위에서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5세대(5G) 이동통신 수혜주인 케이엠더블유 역시 코로나19가 만든 트렌드인 언택트(비대면)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지만 바이오의 파급력에 밀려 순위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전자부품주 고영도 20위권 밖으로 밀렸다.
코로나19 악재가 2분기부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기대감이 높은 바이오로 개인투자자들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달콤한 열매만을 노린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현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경우 2분기 실적 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아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실적이 확인되지 않은 기업에 대한 과도한 쏠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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