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업체들 주가가 다시 오름세다. 씨젠 등 일부 업체의 1분기 실적이 예상을 한참 웃돈 덕분이다. 하지만 동반 상승세는 길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론 실적이 좋은 진단키트주만 오르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젠 주가는 지난 3월 204%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달 16.4% 하락으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 분위기가 또 바뀌며 지난 15일까지 27.5% 상승했다. 13일 발표한 1분기 실적이 주가 급등을 촉발했다. 씨젠의 올해 1분기 매출은 8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7.6% 늘었다. 영업이익은 398억원으로 584.3% 급증했다. 144억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했던 증권가는 깜짝 놀랐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슈퍼 어닝 서프라이즈”라며 “진단키트 수출 효과가 본격화될 2분기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씨젠뿐 아니다. 진매트릭스가 이달 62.5% 급등한 것을 비롯해 수젠텍(43.9%), 랩지노믹스(16.0%), EDGC(12.3%), 오상자이엘(9.5%) 등 다른 진단키트주도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진단키트 테마’로 묶여 다 같이 오르던 시기는 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엽 한양증권 연구원은 “앞으론 실적이 정말 좋아지는 업체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실적에서 두각을 나타낸 곳은 씨젠과 랩지노믹스 정도다. 랩지노믹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2.7% 증가했다. 반면 EDGC와 수젠텍은 각각 38억원과 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진매트릭스는 영업이익이 5000만원대에 그쳤다.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국가들로 진단키트 수출량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분기 진단키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1%나 늘었다.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분기부터 관련 업체들의 실적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주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젠텍은 3월 말 주당 5만 개였던 생산 물량을 4월 말 100만 개, 현재 200만 개로 늘렸다”며 “실적 개선은 2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진단키트 사업을 하는지도 잘 봐야 한다고 했다. 김태엽 연구원은 “오상자이엘은 비상장사 오상헬스케어가 진단키트를 만들어 수출한다”며 “오상자이엘의 오상헬스케어 지분율이 14.9%에 불과해 실적 개선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증권가에서 실적 전망치를 내놓는 진단키트 업체는 씨젠과 랩지노믹스 두 곳이다. 씨젠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999억원, 랩지노믹스는 511억원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