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절세용 급매물’이 팔리자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일부는 증여 등 다른 절세 방법으로 돌아선 영향이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호가(부르는 가격)가 최근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양도소득세, 보유세 등 절세 목적으로 나온 급매물이 팔렸기 때문이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 호가는 20억~21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작년 12월 최고가 23억5000만원에 비해 여전히 낮지만 지난 8일 거래금액(19억1000만원)보다 1억~2억원 높아졌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 82㎡ 시세는 22억원대다. 압구정동 B공인 관계자는 “7일 절세 목적으로 나온 급매가 19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호가가 올랐다”며 “지난해 최고가(24억원)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잠실주공5단지도 최근 2주 사이 급매물이 팔리며 호가가 1억~2억원가량 뛰었다.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이달 초 16억원에 거래된 이후 대부분 18억3000만~19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호가는 19억7000만원 선이다.
잠실 K공인 관계자는 “보유세 부담 때문에 나왔던 급매물이 거래된 뒤 집주인들이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며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침이 내년 이후로 미뤄지자 굳이 올해 급히 팔 이유가 없어지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높여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의 종부세 강화를 골자로 한 ‘12·16 부동산대책’의 후속 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연기됐다.
급매물 소진 이후 호가가 다시 뛰면서 매수세는 주춤한 상태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목동7단지 급매물이 시세보다 1억원 내려 3주 만에 거래됐지만 추가 문의는 많지 않다”며 “매수자 매도자 모두 당분간 시장 분위기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절세 목적의 급매물이 대부분 해소되면서 아파트 시장은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경제 여건과 종부세 강화 방안 국회 통과 여부, 오는 7월 재산세 부과 등의 영향으로 급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정부가 곧바로 주택 전·월세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변수로 꼽힌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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