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남기고 중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화상으로 진행된 비공식 대표단 회의에서 올해 8월 31일 자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본래 임기 만료일은 내년 8월 말이다.
그는 회의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와 무릎 수술로 평소보다 생각할 많은 시간을 갖게 됐다”면서 “가족과 상의한 끝에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과 관련이 없으며 어떠한 정치적 기회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WTO가 해야 할 중점 과제로 내부 개혁과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세계 경제 회복을 꼽았다. 사실 WTO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견제로 본래 업무인 분쟁 해결 절차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전세계 무역이 30% 넘게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를 관장하는 WTO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관련해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내년 6월 혹은 연말께 열릴 예정인 각료회의에서 이 같은 과제가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12월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차기 사무총장 선거도 차질없이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임 발표는 전날까지도 WTO 사무국 내부나 회원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자만 브라질 출신의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발표에 앞서 자국의 경제 신문인 발로르 에코노미코와 인터뷰를 하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중도 사임하면서 잔여 임기는 4명의 사무차장 중 한 명이 임시로 대행할 전망이다.
WTO의 6번째 사무총장인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지난 2013년 9월 취임한 뒤 4년의 임기를 마치고 2017년부터 2번째 임기를 맡았다. 그의 부인은 마리아 나자레트 파라니 아제베두 제네바 주재 브라질 대표부 대사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소식에 “WTO는 중국을 특별 대우했다”면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WTO는 끔찍하다. 우리는 아주 나쁜 대우를 받았다”면서 “WTO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하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이 못얻는 이익을 많이 누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개도국인 다른 나라들이 있다”면서 “백악관 집무실에 앉은 사람들이 그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고 전임 행정부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면서 불공정 사례의 대표 격으로 중국을 거론하는 한편 한국도 언급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TO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다가 세계보건기구(WHO)를 함께 거론하면서 “곧 WHO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주께”라고 언급했으나 어떤 발표인지는 추가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