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영어회화 책과 운동복을 사고 한 시간 앞당겨 알람시계를 맞춘다. 며칠 달라지지만 곧 평소 모습으로 돌아온다. 책은 냄비 받침대로, 운동복은 잠옷으로 바뀐다. SNS에선 “작심삼일도 어렵다. 어떻게 3일 동안 실천하나”라고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온다.
다짐은 쉬운데 실천이 어렵다. 30년 넘게 행동 변화를 연구해온 벤 티글러는 《래더》를 통해 효율적으로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학습모델 ‘변화의 사다리’를 제시한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세 계단으로 이뤄진 사다리에 빗댄다. 가장 아래에 있는 발판은 ‘지지대’, 중간은 ‘행동’, 맨 위는 ‘목표’다. 활용법은 간단하다. 종이에 사다리를 그린 뒤 맨 위에 원하는 목표를, 중간에는 구체적인 행동을 적은 후 자기점검을 위한 지지대를 세우는 것이다.
저자는 “성과를 목표로 삼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신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어 실력을 늘릴 때 “토익 800점 받아야지”보다 “미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봐도 이해하는 사람이 되자”라는 식이다. 학습을 목표로 삼게 되면 우리가 중간에 실수하더라도 ‘성장하는 과정’으로 인식해 자신을 독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천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영어를 공부할 때 매일 단어 100개씩 암기하려 하지 말고 ‘책상 앞에 앉아 영어책 펼치기’부터 시작하라고 설명한다. 행동을 잘게 쪼개면 부담없이 곧장 실천할 수 있다. 습관이 될 때까지 반복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때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지(능력), 하고 싶은지(동기), 행동하기 적합한지(환경)를 파악해야 한다. 저자는 심리학에서 나온 ‘동기부여 이론’을 가져온다. 한계를 일찍 깨달을수록 좌절하지 않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꾸준히 자신을 점검해야 한다. 간단한 행동이라도 매일 실천 여부를 확인하고 기록해둔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목표를 이루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지지대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며 “메모지든 스마트폰이든 항상 볼 수 있는 곳에 실천한 것을 기록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 주인공 벤저민이 아들에게 엄마를 만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벤저민은 “딱 20초만 미친 척하고 용기를 내면 인생에 멋진 일이 생긴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이 제안하는 학습모델의 필수 재료는 ‘용기’라고 말한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빈틈없는 계획이 아니라 망설이지 말고 용기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