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을 18년 만의 최저치로 낮추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에 다음달 산유량을 하루 평균 100만 배럴 더 줄이라고 지시했다”며 “세계 원유시장이 균형을 되찾도록 하는 데 속도를 내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다음달 하루 평균 749만 배럴을 생산할 방침이다.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주요 산유국 10개국 간 모임(OPEC+)의 감산 합의를 통해 축소했던 산유량(850만 배럴) 대비 추가 감축하겠다는 의미다. 지난달 하루 생산량(약 1230만 배럴)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39%에 달한다. 사우디가 산유량을 하루 800만 배럴 밑으로 낮춘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도 자발적인 추가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 UAE는 다음달 하루 10만 배럴, 쿠웨이트는 8만 배럴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잇따른 감산 소식에도 국제 유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12일 오후 4시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 인도분은 배럴당 24.50달러로 전날 대비 거의 변화가 없었다. WTI 가격은 지난 8일 이후 24~25달러에서 횡보해 왔다. 같은 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7월물은 전날 종가(29.63달러) 대비 소폭 오른 29.77달러에 손바뀜했다.
이는 수급 불균형 상태가 정상화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선물거래기업 LPS퓨처의 마이클 하일리 트레이더는 “공급자가 스스로 생산량을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수요가 적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투자업체 CMC마켓의 마이클 매카시 수석 시장전략가는 “원유 감산이 단기적으로 가격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큰 회사’로 불려온 사우디의 아람코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12일 아람코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166억6100만달러(약 20조4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 활동이 급감했다”며 “원유 가격이 내리고 정제 마진이 줄면서 수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포브스는 “이번 실적엔 유가 폭락 영향이 일부만 반영됐다”며 “사우디가 러시아 등과 본격 ‘유가 전쟁’에 들어간 3월 9일 이후부터 4월 중순까지 유가가 크게 내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