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한국 영화산업 매출이 작년에 비해 최대 70% 감소하고, 종사자 2만 명 이상이 고용 불안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는 12일 ‘코로나19 충격: 한국 영화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영화관 입장권 매출이 작년 대비 60~70% 줄어든 5000억~7000억원대에 머물 전망”이라며 “내년까지 영화산업 각 부문에서 덜컹거림이 발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계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한국영화 제작현장이 멈췄고, 배급과 상영도 일상을 잃어버렸다. 극장을 찾는 관객도 급감했다. 3월 전국 관객은 전년 동월 대비 88% 감소한 183만 명대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감소폭이 더 커져 94% 줄어들었다. 3~4월 멀티플렉스 극장 55곳이 임시 휴업하기도 했다. 전국 극장업의 1분기 매출은 22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4678억원) 대비 2467억원 감소했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의 합산 적자 규모는 2월 240억원, 3월 810억원에 달했다.
영진위는 1~4월 실적에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해 올해 전체 영화산업 규모를 추산했다. 국내 관객이 5월부터 지속적으로 회복돼 연말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대까지 도달하는 경우 극장 매출은 작년보다 1조1866억원(62%) 줄어든 7273억원 수준에서 마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객 수가 회복과 침체를 거듭해 연말에 작년의 50% 정도에 그치는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극장 매출이 작년보다 1조3972억원(73%) 급감한 5167억원에 머물 것으로 추산했다.
극장 매출 감소는 투자·제작 부문의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입장권 매출은 통상적으로 영화관이 43.5%, 투자(배급)·제작사가 33.5%를 가져간다. 통상적인 수익 배분 구조에 영진위가 예측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투자(배급)·제작 부문은 작년 대비 3975억~4680억원의 수익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진위는 3만4835명으로 추산되는 영화산업 종사자 중 2만 명 이상이 고용불안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예상 매출 감소 규모에 2010년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2015년 조사된 영화산업의 취업유발계수(해당 부문에서 10억원의 생산이 추가로 발생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 수)를 적용한 결과다.
영진위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화 제작현장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설문에 응한 작품 82편의 피해 총액은 1∼4월 기준으로 213억8993만원에 달했다. 작품당 평균 피해액은 2억6389만원, 최대 피해액은 33억3000만원이었다. 82편 가운데 42편(51.3%)은 제작 단계에서 연기·중단되거나 취소됐다. 이로 인해 제작 현장에서는 413명의 고용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227명은 고용이 연기됐고, 186명은 취소됐다.
영진위는 “올해 상당수 한국 영화는 일정 기간 제작이 지연됐고, 대부분의 미국 영화도 석 달간은 제작이 재개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필름마켓도 제대로 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제작 중단과 배급 일정 혼란은 미래의 공급 약화 요인”이라며 “영화 한 편이 나오는 데 통상 2년이 걸리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영화산업은 제작과 배급, 상영 각 부문에 1~2년가량 그림자가 드리울 것”으로 내다봤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