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처한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회원국들에게 역내 국경통제를 해제할 것으로 촉구했다. 반면 외국인 대상 입국제한 조치는 다음달 15일까지 연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 내 자국민들의 여행재개를 통해 관광산업을 살리되, EU 외 다른 국가로부터의 관광객 유입은 당분간 차단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내주 ‘코로나19 이후의 관광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초안 보고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어려움에 처한 관광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여행 재개를 각 회원국들에게 제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EU 회원국 간 국경통제를 점진적으로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설명이다.
관광산업은 EU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등 유럽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U에 따르면 회원국 전체 고용인력의 12%가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6~8월 여름철은 EU 관광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EU에 따르면 유럽 관광산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달 10억유로(약 1조3240억원) 가량 손실을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3월 중순 이후 EU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회원국들은 방역을 위해 인근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외출금지령 등 봉쇄조치를 내리면서 유럽 내 여행은 완전히 중단됐다.
EU의 요청에 따라 스위스는 두 달 전 폐쇄했던 국경 검문소 일부를 추가 개방할 계획이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오는 11일부터 국경 검문소 15곳의 운영을 재개하기로 했다. 개방되는 검문소는 주로 프랑스,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한 칸톤주(州)에 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오는 11일부터 봉쇄조치를 더욱 완화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선 거주지로부터 100㎞ 이내까지는 여행 허가증 없이도 왕래가 가능하다. 영국도 내주부터 이동제한을 완화하는 등 지난 3월23일부터 시작된 봉쇄조치를 일부 완화할 방침이다.
EU는 내부 국경통제 완화와는 별도로 외국인 대상 입국제한 조치를 다음달 15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집행위는 지난 8일 솅겐협정 가입국에 이달 15일까지로 예정된 외국인 대상 입국제한 조치를 다음달 15일까지 한 달 더 연장할 것을 요청했다. EU는 지난 3월17일부터 외국인의 솅겐조약 가입국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솅겐조약은 EU 27개 회원국 중 22개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4개국 등 총 26개국이 가입했다. EU 회원국 중 아일랜드는 가입을 거부했고,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루마니아 등은 조약에 서명은 했지만 가입은 보류된 상태다.
EU 집행위는 “일부 회원국에서 봉쇄조치가 일부 완화되고 있지만 유럽은 아직까지 코로나19에 취약한 상태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EU 안팎에선 올 여름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외국인 대상 입국제한 조치도 다음달 말께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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