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30년 동안 모은 돈을 자영업에 뛰어들어 1년도 안 돼 모두 까먹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기초적인 상권 조사를 하는 것도 소상공인에겐 어렵기 때문이죠.”
배동욱 신임 소상공인연합회장(59·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상공인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누구나 관련업계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3일 제3대 소상공인연합회장으로 선출된 배 회장은 1990년 전북 군산에서 탁구장 개업을 시작으로 DVD방, 편의점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해온 ‘30년 차 소상공인’이다. 전국 700만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장에 오른 지금도 부인과 자녀는 경기 수원에서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배 회장은 “소상공업 최일선에서 성공도 해보고 쫄딱 망하기도 하면서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1995년 수원에서 DVD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업이 잘될 때는 소극장 1개와 DVD방 6개를 운영했지만 2004~2005년엔 매장을 모두 매물로 내놓아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CGV 등 대형 극장 체인이 시장을 넓히면서 영화산업이 재편되던 시기였는데 그런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 회장은 “작은 사업이든 큰 사업이든 자료를 바탕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배 회장은 “소상공인이 개업과 영업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연합회 차원에서 DB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합회 내에 정책연구원을 신설하고 대학 등 연구기관과 협업해 소상공업에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를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소상공인연합회가 설립된 뒤 지금까지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정치권 및 사회에 전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소상공인의 성공을 위한 체계적 연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배 회장은 또 연합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배달앱 개발을 꼽았다. 그는 “자영업자 매출액에서 배달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지만 배달앱 시장이 독과점 구조라 소상공인들이 제대로 불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늦어도 연말까지 1%대 배달수수료의 배달앱을 협회 차원에서 내놓겠다”고 밝혔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배달 수수료로 매출액의 6.8%를 받는다. 배 회장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1%대 배달 수수료로도 서버를 확충하는 등 앱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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