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과 삼양식품은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에 쉬지 않고 공장을 돌렸다. 연휴에 출근하는 직원에게 특근비를 지급하면서 계속 라면을 생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라면 수요가 폭증해서다. 삼양식품과 농심의 수출량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 30% 늘었다. 미국에 있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공장도 지난 2월 말부터 주말 없이 완전 가동하고 있다.
농심 삼양식품 CJ제일제당뿐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한국 식품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을 포함한 식품 수출액은 23억8000만달러.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업계는 올해 첫 100억달러 수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코로나19가 한식 글로벌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맛과 안전성에서 인정받는 한국산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방탄소년단 등 K팝 스타들의 활약까지 겹치면서 한식이 세계인의 식탁에 ‘메인’으로 올라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 품목을 보면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 가공식품 중에선 라면 수출 증가율이 34.5%로 가장 높았다. 김치 수출 증가율도 30.7%였다. 과자류(20.7%) 쌀가공식품(20.9%) 고추장(13.6%) 등도 고르게 수출량이 늘었다. 가공식품뿐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버섯 곡류 등 농·축·수산물도 두 자릿수 수출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를 현지에서 조리하는 한식당도 세계 90개국 3만여 개로 늘었다. 10년 전에 비해 식당 수가 262% 증가했다.
손은경 CJ제일제당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미국 주류 사회에서 한국 식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2~3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며 “일식 중식 등 다른 아시안 음식과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웰빙 식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선두엔 기업들이 서 있다. 30년 전부터 신라면 수출을 외쳐온 농심, 미국 최대 냉동식품회사 인수에 거액을 베팅한 CJ제일제당, 불닭볶음면을 세계인의 도전 과제로 만든 삼양식품, 세계에 한국 과자 맛을 전파한 오리온 등이 그 주역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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