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경로는 ‘L’자 아니면 ‘W’자가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무역 감소와 분배 위주의 경제 정책으로 성장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4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 경제자문위원회 수석이코노미스트,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LA한미은행장 등을 지낸 이코노미스트다.
손 교수는 미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40%까지 추락한 뒤 3분기 -5%, 4분기 10% 등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3, 4분기에 반등하겠지만 그건 바닥을 벗어나는 게 아니다”며 “바닥 근처에서 오랫동안 헤맬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L자가 되면 내년 하반기에나 성장세가 조금 빨라질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이 발생하면 경기는 W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해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ed의 완화 정책, 의회 및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없었다면 벌써 디플레이션(경기부진에 따른 물가하락)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Fed가 정크본드까지 매입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선 비판했다. 그는 “Fed가 모든 곳에 개입한다면 도덕적 해이가 생기고 결국 시장 효율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너무 많이 풀린 돈과 줄어드는 생산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이나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이 생길 가능성을 걱정했다. 그는 “빵 생산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돈(화폐)이 늘어나면 돈값이 떨어지고 빵값은 오른다”며 “공급 축소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Fed가 돈을 찍어내고 있어도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그는 “투자자들이 세계 각국 중 그래도 가장 튼튼한 곳은 미국 경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달러 뒤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조만간 미국 기업들의 파산이 줄 이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가 재개돼도 소비자들이 식당, 공연장, 호텔 등을 쉽게 찾지 않으면서 소비 감소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손 교수는 “아직 연쇄 파산은 시작도 안 했다”며 “오는 3분기 말에 실업률이 5~10%로 낮아질 수 있지만, 기업 파산이 급증하면 실업률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사태로 반(反)세계화, 탈중국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반세계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노력이 심화하는 등 탈세계화가 갈수록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큰 우려를 나타냈다. 반세계화 등으로 세계 무역이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도 분배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성장과 분배를 잘 저울질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분배에 치중하고 있어 성장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엔 규제가 많다”며 “말로만 푼다고 하더니,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라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행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Fed만 따라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통화정책에 대해선 “한은이 적극적으로 경제 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회사채도 사고 있다”며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했다.
그는 한은의 역할이 경제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화 정책은 국회의 논의·통과 절차가 필요 없어 빠르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지금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해도 리드타임(소요시간)이 있다”며 “미리 예상해서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