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의사 3명이 최근 한달 새 잇달아 병원 창문에서 추락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명은 숨졌고, 1명은 중태 상태라고 미국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의사는 최근 러시아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식에 항의의사를 표해왔다고 이들 언론은 덧붙였다. 러시아 현지 일부 언론은 이들 의사들이 러시아 보건당국과 회의 도중 추락사했다는 일종의 피살 가능성도 제기한 상태다.
다만 러시아 당국은 성명을 통해 의혹을 부인한 상황이다. 현재 러시아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4만5268명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많다. 사망자는 1356명이라고 미국 존스홉킨스대는 집계하고 있다.
CNN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첫 추락사는 지난달 24일 발생했다. 사망자는 모스크바 인근 스타시티 내 한 응급의료시설 원장을 맡고 있는 나틸리아 레베데바다. 레베데바는 병원 창문에서 떨어져 추락사했다. 이후 병원 측은 레베데바 원장이 코로나19 의심증상으로 치료를 받던 중 비극적 사고가 발생했다고만 짧게 발표했다.
두번째 사망자는 지난 1일 숨을 거뒀다. 크라스노야르스크 내 병원 원장대행이던 엘레나 네포므냐스차야다. 사망하기에 앞서 지난달 26일 병원 창문에서 떨어진 뒤 중태에 빠져 치료를 받던 와중이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현지 언론은 네포므냐스차야 원장 대행이 지역 보건 관리들과 회의를 하던 중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회의에선 병원 시설을 코로나19 치료소로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포므냐스차야 원장 대행은 보호장비 부족 등을 이유로 병원을 코로나19 치료소로 전환하는 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건당국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세번째 추락사고는 두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2일 터졌다. 보로네시의 노보우스만스카야 병원 내 응급의사 알렉산더 슐레포브가 병원 2층 창문에서 떨어져 중태에 빠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슐레포브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지난달 26일 입원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그의 한 동료는 "퇴원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왜 이런 일이 갑자기 발생했는지 이유가 너무나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슐레포브는 인터넷 올린 영상에서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린 후에도 병원 측에서 계속 일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병원 측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자 슐레포브는 해당 영상을 내린 바 있다.
한달 새 3명의 러시아 의사가 추락해 죽거나 중태에 빠진데 대해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경찰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의사들을 단속하던 중 추락사가 발생했다"며 "그간 러시아 내 의문의 발코니 추락 등 사고 배후에 정부가 있다는 반체제인사들의 주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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