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협력사와 성공의 결실을 나누자는 의미인 ‘함께 멀리’ 정신으로 계열사별로 다양한 상생경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멀리’ 걷는 협력의 길”이라며 “그래야 지속가능한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김 회장은 “협력사가 우리의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고 ‘함께 멀리’의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재차 당부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발언에 부합하기 위해 2018년 5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한 자율 준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계열사별로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협력사와의 공정거래를 확립하기 위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에 관한 교육도 하고 있다.
(주)한화는 2009년부터 매년 협력사별로 등급을 책정해 맞춤형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품질, 납기 등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21개 협력사에는 △해외 기술 연수 지원 △구매대금 전액 현금결제 △이행보증보험 면제 △한화 사업장 견학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양호’ 등급을 받은 56개 협력사에도 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결제한다. ‘노력’ 등급인 7개사에는 페널티가 아닌 공정개선, 품질관리, 보안관리 등 경영 컨설팅을 지원한다.
2018년에는 (주)한화가 지원한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냈다. (주)한화 관계자는 “전동차 부품 제작업체 다원시스의 미얀마 진출을 위해 사업제안서 제출부터 최종계약까지 전략 수립을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밝혔다.
한화솔루션은 협력사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해 직접 컨설팅에 나섰다. ‘한화솔루션 에너지 상생협력 프로그램’으로 협력사의 생산설비 및 에너지 현황을 진단하고, 운영 개선 방법부터 설비투자 자금 지원까지 종합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현명철 티앤에프머트리얼즈 대표는 “한화솔루션이 알려준 개선 사항을 반영한다면 원가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토탈은 동반성장의 범위를 안전관리까지 확대했다.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과거 사고 사례를 분석하고, 한화토탈이 축적한 안전관리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이다. 2016년부터는 ‘협력사 안전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협력사에 대한 안전 평가와 컨설팅을 체계화했다.
한화시스템은 협력사와 경영 현황을 공유하기 위한 회의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상생워크숍’을 통해 협력사와 원가 동향, 원가 산정 방법, 관련 규정 개정에 대한 정보 등을 공유한다. 올해 3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콘퍼런스콜(전화 회의)로 대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협력사와 최신 기술 트렌드, 시장 동향 등을 공유하는 기술교류회를 정기적으로 연다. 지난해에는 1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펀드를 조성해 협력사가 항공기 엔진 부품 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공정거래 문화 정착’ ‘협력사와 소통 강화’ ‘협력사 역량 향상’ 등 동반성장 정책의 3대 지침을 주요 방향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