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4·15 총선 불출마 비화를 소개했다. 아울러 박 전 대변인은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한 임 전 실장의 정계 복귀를 촉구했다.
박 전 대변인은 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SNS)을 통해 '임종석의 피한방울'이라는 게시글을 작성하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임 전 실장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희생했다는 것일까"라면서 "이 글을 쓰는 어떤 정치적 이유도 없고 정치적 해석을 할 만한 수준의 내용도 아니므로 여러 말들을 붙이는 것을 정중하게 사양한다"라며 운을 뗐다.
박 전 대변인은 "임 전 실정은 지난해 11월17일 전격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라면서 "종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었고, 종로에서 당선된다면 여당의 차기 대권 후보군에 진입할 것이 유력해 보이는 상황에서 그의 불출마선언은 신선하기도 했고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예상하기에 충분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었다"라면서 "총선 불출마는 알겠는데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말의 의미는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가끔 그를 만나면서도 아직 그 의미를 물어보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해 이뤄졌던 임 전 실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앞서 자신과 나눴던 대화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박 전 대변인은 "더구나, '그날 밤' 그와 나눈 대화를 온전히 기억하고 있던 나로서는 정계 은퇴로 해석될 수도 있는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말이 참 의아하게 들렸다"라면서 "'그날 밤'은 지난해 10월30일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에 조문을 드리기 위해 임 전 실장과 함께 부산에 도착했다. '조용한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을 하지 못한 우리는 다음 날 장례미사를 먼발치에서라도 지켜볼 요량으로 하루를 부산에서 묵기로 했다"라면서 "그날 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주제들로 밤새도록 이어졌다. 당연히 총선승리가 관건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내가 불쑥 그에게 총선 불출마를 제안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변인은 "기왕에 꺼낸 이야기니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라면서 "내가 말한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어찌 보면 두 가지는 한 가지로 닿아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586 용퇴론'과 '청와대 참모 과다출마'가 (4·15 총선에서) 포인트가 될 텐데 임 전 실장이 이 두 가지 프레임의 맨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라면서 "지금 내려놓은 것이 소명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미래를 여는 길일 것이라고 했었다"라고 밝혔다.
박 전 대변인 "당시 쿨하게 이야기를 들어준 임 전 실정은 2주일쯤 지난 후 놀라운 결단을 했다"라면서 "그의 결단으로 586도 청와대 참모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그들의 길을 갈 수 있었고, 21대 국회에 19명의 청와대 참모들이 국회의원 당선자로 이름을 올렸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변인은 또 "그가 페이스북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던 그 날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라면서 "임 전 실정은 '형! 저 잘했지요?"라면서 웃었다. 나는 지금도 그를 생각할 때 '형! 저 잘했지요?'라는 말과 웃음소리가 가슴속에서 공명처럼 울림을 느낀다"라고 회상했다.
박 전 대변인은 마지막으로 임 전 실장의 정계 복귀를 촉구했다.
박 전 대변인은 "임 전 실장의 공로를 주장하는 게 결코 아니다"라면서 민간 영역에서의 통일운동은 정부 영역이 경색될 때 이를 풀어낼 수 있는 소중한 통로이고 자산"이라고 전했다.
이어 "임 전 실장에게도 요청을 드린다.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말은 우리가 그날 밤 나눈 대화의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라면서 "나는 그가 말한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것은 총선 불출마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정치의 영역은 넓다"라고 설명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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