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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대기업 대출' 두달 새 14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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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기업 대출 증가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 잔액도 4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기업조차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에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대거 늘려놓은 결과다. 은행들은 대기업 대출 증가에 따른 건전성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두 달 새 14조원 불어난 대기업 대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28일 기준) 대기업 대출은 88조2537억원(잔액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5조5515억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새 13조646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72조792억원)과 비교하면 넉 달 만에 16조원 이상 불었다. 조선·해운업 위기 여파로 90조원을 돌파한 2016년 1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금융권은 최근의 대기업 대출 증가세가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규모는 지난해 월평균 70조원대를 유지하며 수천억원에서 줄거나 늘어왔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월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기업 대출 증가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가팔랐다. 2008년 6~12월에 대기업 대출액(기업은행 포함)은 반년 동안 10조원가량 늘어났다. 이번처럼 두 달 연속 급증세를 보인 적은 없었다.

대기업 대출이 급격하게 불어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앞다퉈 현금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기업 대출은 대부분 한도 대출 방식으로 이뤄진다. 계좌에 한도를 열어놓고 인출한 만큼 대출로 잡히는 마이너스 통장 형태다. 대기업은 한도를 최대 수천억원까지 늘릴 수 있다.

대규모 투자나 프로젝트가 있을 때 돈을 빌리는 ‘건별 대출’도 있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인건비 등의 고정비를 충당하면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실탄’을 쌓아놓으려는 차원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그동안 회사채 시장에서 더 좋은 금리 조건으로 자금을 자체 조달해 왔다”며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마이너스 통장에 손을 벌리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예전보다 높아져 직접 조달의 이점이 줄었다”며 “섣불리 수요 예측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기업 신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은행도 건전성 관리 ‘비상’

은행권은 대기업 대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대기업 대출 규모가 너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 말까지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중소기업·소호 대출은 5조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 대출 증가폭은 같은 기간 3배를 웃돈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요가 많지 않아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산업군별, 기업별 리스크 가능성을 고려해 대출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실 우려도 제기된다. 대기업 대출은 회사당 규모가 중소기업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하면 곧바로 건전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 한도 대출은 은행이 미리 한도를 열어준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경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를 감안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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