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인베스트먼트가 사모펀드(PEF) 중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공정위는 IMM이 오너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일각에선 투자회사가 어떻게 대기업집단이 될 수 있느냐며 규제당국이 낡은 기준을 고수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IMM과 HMM(옛 현대상선), 장금상선, KG, 삼양 등 5개 기업집단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편입됐으며, 올해 대상은 총 64개라고 3일 발표했다. 계열사 전체 자산이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 대규모 내부거래와 비상장사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늘어난다. 이를 소홀히 하면 검찰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2016년 65개에서 2017년 57개로 줄었으나 올해 다시 4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공정위는 IMM을 79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판단했다. 자산은 6조5000억원 규모다. IMM이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 이미인, 통신업체 드림라인 등의 최대주주이고 전자상거래업체인 쿠팡과 위메프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대기업집단으로 봐야 한다는 게 공정위 시각이다.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가 10조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가운데 IMM이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이유로 공정위는 소유 구조의 특수성을 들었다. 다른 PEF들은 여러 주주가 각각 30% 미만의 지분을 나눠 갖는 공동대표 체제인 데 비해 IMM은 지성배 대표에게 지분 42.7%가 집중된 구조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금융·보험업으로 등록한 다른 PEF들과 달리 컨설팅업으로 주업종을 등록해 지정 예외 기준도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IMM 측은 “다른 PEF와 비교해 소수 지분 중심으로 투자해 공시에 큰 부담이 없다”며 “특수목적회사(SPC) 등을 통해 투자하면 공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업에 투자하고 5~10년 안팎이면 지분을 매각해 이익을 거두는 PEF의 사업 구조를 감안할 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각각의 투자 건에서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PEF를 다른 대기업 집단과 동일한 기준에 올려놓고 감독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날로 다양해지는 기업 형태에 발맞춰 공정위의 감독 기준도 획일성을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34개로 작년과 같았다. OCI가 제외됐지만 대우건설이 추가됐다. 자산총액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99조3000억원, 공시대상기업집단 전체로는 136조4000억원이 늘었다. 계열사는 카카오가 26개 추가됐으며, 농협과 SK가 각각 14개 늘었다. 자산총액 순위도 카카오가 32위에서 23위, 넷마블이 57위에서 47위로 오르는 등 정보기술(IT) 업체의 순위가 높아졌다. 계열사가 감소한 주요 기업집단은 SM(12개)과 롯데(9개) 등이다.
기업집단별 매출은 지난해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으로 SK가 22조4000억원, 삼성이 13조8000억원 줄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전체의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44조5000억원 감소했다.
노경목/김채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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