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의된 주요 법안이 20대 국회 종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이 중 상당수는 이미 18·19대 국회를 거치며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왔던 법안이라 21대 국회에서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제 활성화와 산업 진흥을 위한 법안 대부분이 줄줄이 국회에 묶여 있다. 9년째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유통·의료·관광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모법(母法)으로 2011년 발의됐지만 의료 민영화를 우려한 의료계의 반대로 18대와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던 전례가 있다. 20대 역시 마지막 임시국회 회기가 오는 15일로 마무리되면서 이 법안은 또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임에도 원격의료를 허용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10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연구중심병원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내용의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도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소프트웨어(SW)업계에서 통과를 갈망하는 SW산업진흥법도 법제사법위원회에 잠들어 있다. 이 법은 2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4·15 총선으로 국회가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논의되지 못했다. 보완 필요성이 확인된 주 52시간 근로제 개정안(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도 정치권이 노동계의 반대를 의식하면서 개정안 논의가 중단됐다.
이들 계류 법안은 20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해 상임위와 법사위를 모두 거쳐야 본회의에 오를 수 있다. 21대 국회가 들어선다고 해도 상임위 구성 등에 수개월이 소요돼 오는 9월이나 돼야 본격적인 법안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상황이 크게 나빠지는데 주요 경제활성화법 처리가 또 기약없이 밀리게 된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대 국회에서 혁신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실제 입법을 통해 규제 환경을 합리화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21대는 기업이 더 잘 움직일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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