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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수차례 '화재 위험' 경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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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에 대해 산업안전당국이 여러 차례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고 개선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는 그때마다 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며 공사를 이어갔다. 이번 사고가 사실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0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38명, 중상 8명, 경상 2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사망자 38명 중 신원이 확인된 29명 가운데 상당수가 전기·도장·설비업체 등에서 고용한 일용직이었다. 아버지와 아들 등 가족이 함께 하청작업을 하다 숨진 경우도 나왔다. 외국인 3명도 사망자에 포함됐다.

경찰은 지문과 DNA 채취·대조를 통해 이중으로 신원 확인 작업을 벌였다. 시신은 대부분 훼손 정도가 심해 유족도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신원 확인이 안 된 사망자 9명에 대해선 유전자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신원 확인을 의뢰했다.

화재가 발생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엔 총 190여 명의 근로자가 작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 현장의 3개 건물 중 불이 난 B동에 근무하던 인원은 78명이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전기, 가스 분야 전문가 40여 명과 1차 관계기관 합동 현장감식을 벌였다.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 화재 전파 경로 등을 찾는 데 주력했다.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우레탄 살포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가 건물 전체로 퍼진 상태에서 불꽃이 닿으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안전공단은 지난해 5월부터 이 같은 재해를 우려해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해당 공사장은 지난해 5월, 올해 1월과 3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공단으로부터 화재위험 (발생) 주의를 받았다. 그때마다 시공사 등은 안전성 확보 대책이 담긴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며 공사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물류창고 시공사인 건우의 충남 천안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건축주인 한익스프레스의 서울 서초동 본사 사무실과 감리업체, 설계업체까지 모두 4개 업체를 상대로 동시에 이뤄졌다. 경찰은 확보한 설계도면 등을 통해 공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안전조치 위반 사항은 없는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경찰은 시공사 등 관계자 6명과 목격자 11명 등 28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핵심 관계자 15명은 긴급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상섭 건우 대표는 이날 유족들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 대표는 “죄송하다”며 흐느꼈지만, 유족들은 “사과 말고 대책을 설명하라”고 항의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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