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유럽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일파만파로 커져가던 시기였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특정 부처가 아니라 범정부부처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정부는 거의 매주에 한 번꼴로 비상경제회의를 열면서 코로나19 대응 대책을 내놨다. 대책은 한마디로 대규모 ‘재정 풀기’였다.
정부는 제1차 비상경제회의 때는 5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내놨다. 이어 3월 24일 열린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선 이 패키지 프로그램 규모를 100조원으로 확대했다. 3월 30일, 4월 8일, 4월 22일 제3~5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재정지출 규모를 총 240조원까지로 늘렸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845조원의 13.0%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모든 국민에게 ‘코로나지원금’ 지급정부는 총 다섯 차례의 코로나19 대응 대책을 내놓으면서 개인부터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을 망라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개인 중에서는 취약계층과 실업·휴직자에게 집중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내놨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개인채무자들의 신용회복 지원을 위해 2조원을 배정했고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방문교사 등 고용보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113만 명에게는 긴급 생활자금 1조90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3조6000억원을 쏟아부어 공공일자리 55만 개를 창출한 뒤 코로나19로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 등에게 제공하는 대책도 만들었다.
정부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일명 코로나지원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돈(분담금)을 합쳐서 1인 가구에 40만원, 2인 가구에 60만원, 3인 가구에 80만원, 4인 이상 가구에 100만원을 주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소득하위 70%에게만 주기로 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치른 뒤 모든 국민에게 주는 쪽으로 변경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정부는 ‘코로나지원금’을 주기 위해 총 14조3000억원(지자체 지급분 포함)의 재정을 쓸 계획이다.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전방위 재정 투입코로나19로 매출 급감 등 고통받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견·중소기업, 대기업에도 정부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및 중소·중견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해 58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지원(12조원), 소상공인·중소기업 특례보증(5조5000억원), 중소·중견기업 대출 확대(21조2000억원), 중소·중견기업 보증 확대(7조9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도 총 31조1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우량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나 CP를 사들인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동원해 기업들의 CP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7조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를 만들어 증시의 매수 기반도 확대하기로 했다.
수출 기업들을 위해 30조원의 수출보험·보증 만기 연장도 해 준다. 항공 해운 자동차 조선 기계 전력 통신 등 국내 7대 기간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도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한다. 정부는 이들 기간산업 소속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기금으로 조성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은 물론 자본 확충(주식 매입)까지 해준다는 방침이다.
급증하는 국가 채무정부가 이처럼 대규모 재정을 쏟아붓는 것은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기업들의 줄 파산, 실업자 양산, 가계 경제 파탄 등 실물경제 붕괴를 일단 재정을 풀어 막아보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재정지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올해만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올해 세 차례 추경만으로 국가채무는 43조9000억원 늘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1차 추경에서 10조3000억원, 2차 추경에서 3조6000억원, 3차 추경에서 30조원(예상치)이 각각 증가할 전망이다.여기에 올해 본예산(512조원)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가채무 76조4000억원을 합하면 올해 국가채무는 모두 120조원 급증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 총액은 작년 말 787조8000억원에서 올 연말 8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GDP의 46%에 이르는 규모다. 국가채무는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이상열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mustafa@hankyung.com
NIE 포인트① 국가재정의 역할은 무엇일까. 특히 전쟁이나 경제위기 등이 발생할 때 국가재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②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몇 %까지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③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재정지출과 과도한 복지를 위한 재정지출 사이의 경계는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