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가축 전염병 조기 진단기술을 개발중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주범인 야생 멧돼지의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인 실험에 성공했다.
ETRI 구제역대응융합연구단은 집돼지 암컷의 소변과 분비물로 야생 멧돼지를 평지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발표했다.
ETRI 융합연구단은 정보통신기술(ICT)로 야생 멧돼지 출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멧돼지 유입 감응 센서, 자동 영상 송출, 인공지능(AI) 기반 포획동물 인식,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포획 알림 시스템 등으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경북 지역 농가로부터 집돼지 암컷 분비물을 얻어 전북과 충북 등 지역에서 2개월간 반복 실험 결과, 평소 멧돼지 출몰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7마리의 멧돼지를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겐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에겐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감염병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9월 사육돼지에서 첫 발병 후 14차례 발생했다. 야생 멧돼지는 지난해 확진 건수가 55건에 그쳤지만 올해 발병이 급증해 5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ETRI 융합연구단 관계자는 "구제역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통합관리시스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사회 현안이 발생하면서 연구대상 범위를 넓히고자 이번 실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융합연구단은 가축의 울음소리, 활동 영상 등을 분석해 구제역 등 가축 질병 감염 여부를 조기에 가려내는 AI 기술을 개발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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