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7일(13:4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트라이'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의류업체 쌍방울이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 탓에 20~30대 고객층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쌍방울은 지난해 10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본사 구조조정과 생산공정 변경 효과로 2018년 6억원의 영업흑자를 냈지만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151억원, 21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홈쇼핑 판매 수수료 절감과 본사 인원 감축 등으로 판매관리비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매출 감소로 인한 고정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다.
나노스와 광림 관련 투자 지출로 총차입금은 계속 늘고 있다. 2016년 말 270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527억원까지 뛰었다. 광림의 유상증자 참여로 현금 유출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쌍방울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쌍방울은 1963년 설립된 쌍녕섬유공업을 모태로 한다. 1987년 내놓은 트라이를 앞세워 토종 내의 브랜드 중에선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하지만 SPA와 다른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내의 시장에 침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생 내의 브랜드까지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브랜드 파워가 빠르게 약화됐다.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내의에 한정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타격이 유독 컸다.
쌍방울은 가두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전국 1000여개 유통망을 갖췄다. 브랜드 보다 가격이나 접근성을 우선하는 40~50대 고객군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렇다 보니 계속해서 과도한 할인 판매 정책을 내세우게 됐고 판매 효율성이 덩달아 낮아지는 구조로 고착화했다. 김혜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오랜 업력에도 불구하고 단일 복종(服種) 내 단일 브랜드의 입지 약화와 미흡한 판매효율성 등으로 전반적인 사업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황도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데 주요 판매처인 중동 경기도 꺾이고 있다. 내수는 얼어붙고 수출까지 축소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과거 1500억원을 웃돌았던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엔 1000억원 밑으로 주저 앉았다.
트라이 브랜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올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됐다. 대리점의 소매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대리점의 발주물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의 재고자산이 적체되면서 앞으로도 발주물량 회복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쌍방울은 최근 마스크 제조·외주생산 판매를 시작했다. 업계에선 내의 매출 감소를 방어하기엔 부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스크 사업은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긴 하지만 기존 내의 사업의 적자 구조를 보완하기엔 절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쌍방울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 달았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현재 쌍방울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들어 인건비와 지급수수료 등을 줄이고 있지만 수익성이 살아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운전자본 부담과 경상적 인테리어 투자 등이 계속되고 있어 순차입금도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당장 유동성 우려는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91%에 달하지만 토지와 건축물, 투자주식인 나노스의 담보 제공 등이 상환 압력을 완화시키고 있다. 담보 설정이나 지급 보증이 없는 신용 차입금은 현금성자산(192억원)으로 충당 가능한 수준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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