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KODEX WTI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의 편입 종목을 임의로 바꾼 것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추종 지수를 계속 따랐어야 한다는 의견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삼성운용은 지난 22일 밤 KODEX WTI원유선물이 담고 있던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비중을 79.2%에서 32.9%로 대폭 낮췄다. 대신 7월과 8월, 9월 인도분 선물을 나눠 담았다. 2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6월물 가격이 배럴당 11.57달러로 급락하며 ETF 투자자들의 전액 손실 가능성이 커진 탓이었다. 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23일 6월물이 16.50달러로 19.7% 반등했기 때문이다. KODEX 원유선물은 4.3% 오르는 데 그쳤다.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는 것을 넘어 담당 펀드매니저의 신상까지 털며 비난했다. 삼성운용 측은 “하한가(-30%)로 ETF가 유가보다 덜 떨어졌던 게 다음날 마저 반영된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오해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한쪽에선 “투자자와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유 ETF 투자자는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가 반등에 베팅한 것”이라며 “자기가 투자한 상품의 성격이 갑자기 바뀌어 버린 것을 알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 운용사 ETF담당 임원은 “만약 유가가 더 떨어졌다면 투자자의 반응이 달랐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운용되는 원유 ETF들도 편입 종목을 바꾸고 있는 만큼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비난은 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원유 ETF인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코드명 USO)는 지난 21일 약 80%였던 6월물 비중을 40%로 줄이고 7월물을 55%, 8월물을 5% 담겠다고 공시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크루드 오일’(코드명 UCO)도 24일 현재 담고 있는 7월물 가운데 3분의 1을 덜고 9월물을 담겠다고 공시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편입 종목 교체를 미리 알려 투자자에게 대비할 시간을 줬다면 이렇게 반발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유가가 갑자기 급락한 이례적인 상황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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