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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와 프리미엄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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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GENESIS) 프로젝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2004년 시작됐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커지는 반면 대중 브랜드는 포화에 도달한다는 전망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리포트에 따르면 판매량 증가세가 둔화되는 포화시장일수록 프리미엄 브랜드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2020년 기준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으로 전망된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프리미엄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변수로 등장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당초 예상보다 1600만 대 줄어든 7100만 대에 머물 전망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난이 닥치면서 소득이 줄어서다. 이동이 억제돼 이동수단을 바꾸거나 새로 사려는 사람이 감소한 것도 자동차 시장이 쪼그라드는 배경 중 하나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굳이 차를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이동의 억제’라는 변수가 가져올 결과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이 변수가 대중 및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대중 브랜드의 타격이 더 클 것이란 의견이 조금 우세하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계층이 소득이 많지 않은 서민이고 이들 대부분이 대중 브랜드를 구매한다는 논리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구매력 측면만 본다면 대중 브랜드에 비해 충격이 덜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시리즈의 인기는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 1월 등장한 GV80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틀 만에 2만2000대가 계약됐다. 최근 나온 세단형 3세대 G80도 출시 첫날까지 2만1000대의 예약 주문이 몰렸다. G80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나타난 사례여서 경이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리학자 매슬로가 5단계로 구분한 인간의 ‘욕구단계설’은 자동차 소비층을 분석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소득이 2만달러에 접어들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목받고 3만달러에 도달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선이 옮겨간다는 게 욕구단계설의 자동차 버전이다. 제네시스 G80와 GV80가 인기를 끄는 배경도 이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영향받지 않는 고소득층은 SUV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넘어가는 욕구단계설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제네시스로 옮겨왔다는 분석도 있다. 제네시스의 디자인과 품질이 벤츠 E클래스 등 경쟁 차종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사후서비스(AS) 등이 편한 국내 차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벤츠 E클래스의 왕국이었다. 올 상반기 BMW는 5시리즈 신형도 국내에 출시한다. 관성적인 선택을 하거나 신차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 제네시스 판매가 시들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이 정도면 GV80와 G80가 독일 차와 직접 경쟁이 가능한 반열에 올라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 것 같다.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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