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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무관객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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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피해 그룹이 문화·예술인들이다. 삽시간에 지구촌을 휩쓴 이번 전염병의 감염 공포가 아니어도, 경제가 어려우면 먼저 타격받는 분야다. 찬란한 르네상스 시대가 메디치가(家)의 대를 이은 후원에 힘입은 바 컸고, 최초의 주식회사였던 동인도회사로 막대한 부를 쌓은 ‘네덜란드 황금시대’가 렘브란트 같은 거장들을 낳은 것과 같은 맥락의 이면이다.

거대 항공사들부터 가족의존형의 ‘나 홀로 자영업’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산업적 피해는 끝이 없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보면 박물관·미술관부터 크고 작은 공연장·전시실도 곳곳에 문이 닫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대중문화 공간인 멀티플렉스 영화관만 해도 문은 열었다지만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공연기획사, 악단·극단도 ‘경영’을 잘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느 사업체와 다름없다. 전문 예술가도 생활인으로 돌아가면 수입이 있어야 전공과 기량을 살려나갈 수 있다. 일정 수준의 경제적 성취와 최소한의 경제 성장이 왜 중요한지, 코로나 쇼크에 직면한 문화·예술계와 학문·종교계 쪽을 보면서 거듭 깨닫게 된다.

유례없는 경제난으로 공연·예술의 명맥을 걱정할 판에, 예술계에서 오히려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언제쯤 경제활동이 회복될지 예측조차 어려운 컴컴한 터널 속에서 듣는 희망가여서 더 뭉클하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부활절 밀라노 콘서트는 관중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나 홀로 공연’이었지만 세계를 감동시켰다. 보름 만에 유튜브 조회가 4000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가 유난히 많은 자국이탈리아 사람들을 위로한 것이지만 수많은 세계인이 25분짜리 동영상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베를린 필하모니도 지난달부터 수백 회의 실황 공연을 무료 공개하고 있다. 직업적 연주가들은 아니지만, 유엔 주재 전·현직 외교관들의 희망찾기 공연물도 있다.

국내에서도 오늘(27일) 오후 8시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무관객 온라인 공연을 갖는다. 비발디의 ‘사계’, 차이코프스키의 ‘꽃의 왈츠’ 같은 선율이 코로나를 이겨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의 힘, 음악만이 주는 감동은 사회적 위기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분명 힘이 될 것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에서도 ‘앙코르’가 가능할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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