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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 변동성이 아니라 '추세'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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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러다 컴퓨터 터지겠다.” 지난달 27일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진단키트 생산업체 씨젠을 지켜보던 투자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수혜주로 꼽혀 전날까지 연 이틀 상한가를 기록했던 터라 장이 열리자마자 매매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차익실현 매물과 신규 매수세가 맞붙어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수백, 수천 주씩 순식간에 매매가 이뤄지면서 주식 호가창의 숫자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가가 너무 빠르게 변해 주가를 보면서 주문량과 희망 가격을 입력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날 씨젠의 거래금액은 2조4772억원. 삼성전자(1조9314억원)를 제치고 거래금액 1위를 기록했다. 씨젠 상장주식의 4분의 3 이상이 이날 하루에 거래됐다. 수많은 개미(개인투자자)가 단기 변동성에서 수익을 추구한 결과다.

코로나19 사태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자 개별 종목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시장 전체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KODEX200선물인버스2×’는 하루평균 거래량이 올 1월 2500만 주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자 2월 6000만 주로 늘더니, 3월엔 2억2900만 주로 급증했다. 이달 들어 23일까지는 2억4600만 주로 더 뛰었다. 이 상품은 주식시장 하락률의 두 배를 수익으로 챙길 수 있게 설계됐다. 증시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시장 움직임의 두 배를 노리고 투자한다.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률도 두 배로 커진다. 이런 위험한 상품에 개미들도 적극적이다. 하루 개인 순매수 또는 순매도 금액이 올 1월엔 101억원 수준이었다. 2월에 323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3월과 4월엔 각각 803억원과 700억원에 달했다.

변동성이 있어야 누군가는 팔고 누군가는 살 수 있다. 그러나 극심한 변동성 상황에선 전업 투자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가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증권사 직원들의 조언을 받을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변동성이 심할 땐 원금손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최근 원유ETF 투자가 이런 사정을 대변한다.

변동성 대신 추세에 투자하는 게 방법이다. 주가가 많이 빠진 우량주 중에서 반등 추세가 예상되는 종목을 골라 매수하는 것이다. 반등 추세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건 필수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통화증가율 같은 경기선행지수에 반응하는 주가 반등은 일단락됐다고 분석한다. 소비와 생산 같은 경기동행지수와 함께 움직이는 자산에 관심을 둘 때라는 것이다. 그런 자산은 원자재가 대표적인데 원유는 변동성이 너무 심한 상황인 만큼 구리 등 금속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9·11 테러’ 때도 금속 가격은 2개월 만에 바닥을 찍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 소비와 생산 활동이 정상화되고 이에 반응해 금속 가격이 반등 추세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이런 분석에 동의한다면 금속 관련 ETF에 투자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반드시 분할매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와 생산의 정상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는 만큼 투자자금을 여러 덩어리로 나눠 시간을 두고 매수해야 한다. ETF는 거래비용이 싸고 원하는 자산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 등 장점이 매우 많은 투자수단이다. 다만 주식처럼 즉시 사고팔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변동성에 투자할 때처럼 잦은 매매의 유혹을 이겨내기 어려워서다.

노후 준비를 위한 투자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변동성보다 추세가 더 알맞다. 추세에 투자하면 내일 증시의 변동성을 걱정하며 마음 졸이는 대신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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