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역 주변 주거지역에도 ‘역세권 청년주택’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서울시가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역 인근 2·3종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기 위한 기준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청년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임대주택이다. 공공임대는 주변 월세의 최대 50% 가격에 공급한다. 만 19~39세 무주택자인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이 대상이다.
역세권에 임대주택 늘 듯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활성화를 위해 용도지역 변경 기준을 개선한다고 24일 발표했다. 2종이나 3종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하는 기준을 크게 완화하는 게 뼈대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역에 인접해 있으면서 용도지역이 준주거지역이거나 상업지역일 때 건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역 주변이어도 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있는 곳에서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대지면적이 1000㎡ 이상인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려면 △주변에 준주거·상업지역이 있는 역세권 △중심지 역세권 △폭 20m 이상 간선도로변에 인접한 곳 등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이 조건이 명확하지 않고 까다로워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민간사업자가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지하철역 반경 350m 이내)에 주거면적 100%를 공공·민간 임대주택으로 지어 대학생과 청년,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하는 주거정책이다. 서울시는 사업 참여를 늘리기 위해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 절차 간소화, 건설자금 지원 등을 제공한다.
서울의 총 307개 역 가운데 인근에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이 있는 곳은 232개다. 전체의 75.5%에 달한다. 준주거·상업지역은 없지만 폭 20% 이상 간선도로가 있는 역세권은 71개다. 이번 조치로 대부분 역에서 준주거지역 상향을 통한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서울 시내 역세권의 70% 이상이 중심지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번 개선안으로 역세권 청년주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자 미달 문제 해결해야2016년 도입된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의 역점 사업으로 꼽힌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역세권 범위 확대 등 잇단 지원책으로 지난해부터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저금리에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주택임대 사업 자체의 매력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올 1분기 3만1500여 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다. 당초 계획했던 4만2000가구의 75%가량을 달성한 셈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총 8만 가구의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호 입주인 ‘어바니엘 충정로’(2월)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입주도 본격화됐다.
4·15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을 계기로 서울 요지 내 청년 임대주택 공급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6월 말로 도시공원에서 해제되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청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용산 정비창 부지 등 코레일 소유 용지와 국공유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모두 도심 노른자위 땅이다. 용산 정비창 부지 임대주택 공급은 여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입주자 모집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연초 입주를 진행한 충정로, 숭인동, 서교동 등의 역세권 청년주택 단지는 모두 입주자를 채우지 못했다. 어바니엘 충정로는 450가구 중 300가구 이상이 미계약으로 남았다. 지난해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큰 관심을 끈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막상 역세권 청년주택에 입주해 보니 냉장고, 에어컨 등 필수가전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지나친 옵션비를 요구한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문제들로 빌트인 가구·가전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지적된 문제 사항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